제주 첫 공공형 계절근로자 41명 5개월 일정 마쳐
"베트남 친구들이 농사 다 지었다"…감귤농가 '최고' 평가
"농사는 저 친구들이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1리에 있는 감귤 과수원에서 베트남에서 온 계절근로자들과 가지치기 작업을 하던 문대오(87) 할아버지는 13일 오전 연합뉴스 기자를 보자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달리 베트남 친구들은 굉장히 순진하고 일도 잘해서 정말 덕을 크게 봤다.

나이 든 사람들은 사실 그 친구들 아니면 농사 못 하게 됐다"며 베트남 근로자 지원 사업을 계속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정한 감귤나무 파쇄작업을 하던 남성 근로자 토 딴 땅(34) 씨는 "베트남에서 농사지을 때랑 비교해 4배 정도 더 돈을 벌었다"며 흐뭇해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면 가전제품 등 생활에 필요한 제품들을 사고 집을 잘 수선하고 싶다"며 "3살, 4살, 9살 아들들에게 줄 과자도 사고 부모님께 드릴 홍삼도 샀다"고 말했다.

그는 "위미농협에서 좋은 여건을 만들어줘서 너무 편하게 지냈고,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와서 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같은 마을에 있는 다른 과수원에서 비료를 뿌리던 여성 근로자 쩐 티 녹현(26) 씨는 베트남에서 직장에 다니며 12시간 이상 일하고 받는 월급보다 3배 정도 더 많이 벌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번에 번 돈으로 가장 먼저 한국어를 배우는 데 쓰고, 생필품도 사고, 일부는 아이들이 아플 때를 대비해 비상금으로 모아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이유를 묻자 그녀는 곧바로 "다시 제주에 와서 일하고 싶어서 그렇다"고 답했다.
"베트남 친구들이 농사 다 지었다"…감귤농가 '최고' 평가
베트남 근로자들과 10여 차례 일했다는 이 과수원 주인 문진석(51) 씨는 "제주도에서 사람을 쓰려면 나이 든 분들이 많은데 베트남 인력들은 젊어서 아무래도 일의 능률이나 성과가 월등히 좋다"며 흡족해했다.

그 역시 "베트남 근로자들을 계속해서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을 기대했다.

베트남 근로자들은 14일 오후 4시 위미2리다목적회관에서 열리는 환송회에 참가한 뒤 주말까지 쉬다가 18일 귀국길에 오른다.

위미농협은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지난해 감귤 수확 시기에 맞춰 외국인 근로자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을 추진했다.

베트남 남딘성에서 6.8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여성 근로자 25명과 남성 근로자 15명 등 41명은 5개월 동안 체류할 수 있는 E-8 비자를 받고 지난해 10월 31일 제주에 도착했다.

이들은 다음 날 한국어 등 기본교육을 받고, 감귤 따기 실습도 하고, 위미농협과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외국인등록증을 받기 위한 필수 과정인 마약 검사를 받고 나서 11월 3일부터 감귤 수확 현장에 투입됐다.

위미농협은 이들 근로자에게 4대 보험료와 숙박비로 약 58만원을 제외하고 월평균 약 215만원을 지급했다.

조합원들이 남자 일당 11만원, 여자 일당 7만5천원을 지급하면 농협은 자체 자금을 보태서 성별을 가리지 않고 41명 모두에게 동등한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번 사업으로 위미농협은 월 1천만원 이상의 손실을 봤으나 농가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더 우수한 인력을 쓴 셈이다.

위미농협은 이번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총 1억3천100만원을 지원받아 계절근로자 4대 보험료와 통역 등 관리 인력 채용, 차량 대여비 등으로 사용했다.

현재근 위미농협 조합장은 "베트남 근로자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응이 너무 좋고 모두가 계속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어 올해도 50명을 신청했다"며 효과가 아주 좋았다고 평가했다.

현 조합장은 "숙박시설 문제만 해결된다면 70명까지 받아서 활용할 의지가 있는데 그 부분은 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