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하던 은선폭포, 계룡산 서쪽 높다란 곳에 숨어 있다. 물고기, 연꽃 그려진 계룡산 철화분청사기와 어느 나라 풍경 엽서처럼 아름다운 송곡저수지도 공주, 그중에서도 반포면에 있다.

선녀님 만나려면 585개 계단부터
계룡산국립공원 은선폭포 전망대에 서자 정상인 천황봉(847m)부터 황적봉과 그 너머 봉래산, 갑하산이 구름 끝에 걸려 형형한 푸른빛을 뽐낸다. 585개의 나무계단을 하나씩 밟고 올라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친절(?)하게도 은선 폭포를 향하는 계단에는 숫자들이 적혀 있다. 1에서 100까지는 괜찮았는데 200을 넘어가니 그 숫자들이 얄궂게 느껴진다. 그러다 400을 지나면 좀 더 힘을 내. 거의 다 왔어. 나 자신을 응원하게 된다.
충남 공주 은선폭포
충남 공주 은선폭포
민족의 영산, 충남 제일의 명산이라 일컬어지는 계룡산은 1968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국립공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조선시대 예언서인 <정감록>은 전란에도 안심할 수 있는 십승지 중 하나로 계룡산을 꼽았다.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계룡산은 신라오악 중 서악으로 산신을 향해 제를 지낸 영산이다.

혹자는 계룡산에 간다고 하니, 도사님들을 만나는 것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신라오악이란, 경주평야를 중심으로 국가의 제사를 올린 다섯 산악을 뜻한다. 이렇듯 우리 민족에게 오랜 세월 영험한 산으로 이름을 떨친 탓에 한때 계룡산에는 유사종교 단체가 몰려들었고, 그 숫자가 200여 개나 되었단다.

그때 계룡산은 얼마나 골이 욱신거렸을까? 저마다 바라는 바를 목 놓아 외치는 탓에 은선폭포 흐르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현재 계룡산은 1976년 종교정화운동이 시행되며 동학사, 갑사, 신원사 등 유서 깊은 불교 사찰들만이 원래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충남 공주 동학계곡
충남 공주 동학계곡
계룡산국립공원은 총면적 65.335㎢인데 이 중 공주시가 42.45㎢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한다. 나머지 부분은 논산시, 계룡시, 대전광역시에 각각 걸쳐 있다. 계룡산국립공원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난이도별·시간별 여러 탐방 코스가 소개되어 있다.

그중 첫 번째가 공주시 반포면, 계룡산 동쪽에 자리한 동학사에서 은선 폭포, 관음봉으로 향하는 동학사 1코스다. 기자처럼 동학사에서 은선폭포까지만 보고 온다면 편도로 1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충남 공주 동학사 대웅전
충남 공주 동학사 대웅전
은선폭포를 보느라 아껴두었던 동학사는 계룡산국립공원 초입에 자리하는데 주차장을 지나면 바로 홍살문이 보이고, 이곳에서 사찰까지는 약 30분이 걸린다. 졸참나무며 느티나무가 우거진 숲길에는 3.5km에 달하는 동학계곡이 맑은 소리를 내며 흐른다.

완만한 오르막길에 형성된 동학사는 산의 지형대로 꾸밈도, 욕심도 없는 모습이다. 통일신라 성덕왕 23년(724) 상원사라 하여 처음 지은 절로 천년고찰이자, 전국 최초의 비구니승가대학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동학사에 당도하기 전 일주문보다 먼저 홍살문을 보았는데, 이는 동학사만의 특징을 드러내는 한 예다.
충남 공주 동학계곡
충남 공주 동학계곡
동학사에는 대웅전을 비롯해 정몽주, 이색, 길재 등 고려시대 충신과 조선시대 비운의 삶을 산 단종, 사육신, 김시습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 함께 자리한다. 여기에더해 삼성각에는 칠성·산신·독성 등 우리 민족의 토속신인 삼성의 탱화를 모셨다. 유교와 불교, 토속신앙이 혼합된 사찰이라니 궁전이나 능, 묘, 관아의 입구에 세우는 홍살문이 경계를 지키고 있는 이유다.

돌담마을, 계룡산 철화분청사기, 공주 반포면에

동학사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 반포면 상신리에는 집집마다 고즈넉한 돌담이 그림처럼 어우러진 상신리돌담마을이 자리한다. 골목을 오가는 낯선 이방인을 보고도 돌담마을의 개들은 짖는 법이 없다. 무엇을 숨기기 위한 돌담보다 미학적인 테를 두른 듯 낮은 담장 안에서는 무엇을 경계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충남 공주 상신리돌담마을
충남 공주 상신리돌담마을
덕분에 마을사람인 양 뒷짐을 지고 느릿느릿 골목을 산책한다. 상신리돌담마을 바로 위에는 계룡산도예마을이다. 1991년 우리나라에서는 유일무이하게 도예가들이 한데 모여 도자예술 촌을 이룬 곳으로 계룡산 철화분청사기의 맥을 잇는 도예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충남 공주 송곡저수지
충남 공주 송곡저수지
반포면의 핫플레이스로 소문나 사계절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송곡저수지. 송곡소류지, 불장골저수지로도 불린다. 1975년 송곡리 마을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요량으로 하천의 물을 막아 보 형태로 축조한 저수지는 이제 시민들의 수변산책로이자 여행객들에게는 한 장의 엽서 같은 풍경으로 사랑받는 곳이 되었다.
충남 공주 엔학고레
충남 공주 엔학고레
봄에는 저수지 주변으로 분홍 벚꽃이 만발해 젊은 연인들 기념 사진을 남기는 데 여념이 없고, 여름에는 수변에 고개를 늘어뜨린 수양버들이 멋을 자아낸다. 가을이야 말해 무엇, 수변에 떨어진 붉은 단풍에 가슴도 물들고, 겨울에는 호수에 하얀 설경이 피어나 누구나 작품 사진 하나쯤 남기게 된다.
충남 공주 양화저수지
충남 공주 양화저수지
송곡저수지가 아늑한 정서로 가득하다면 계룡산국립공원을 넘어 차로 약 30분 거리의 양화저수지는 가슴이 탁 트이는 너른 풍경이 매력적이다. 저수지를 따라 나무 덱(deck)이 조성되어 수변산책길에 나서기도 좋고, 너른 잔디마당에 캠핑을 즐길 수 있는 펜션도 있어 1박 2일 공주 여 행을 계획한다면, 이곳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