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에 역대 최대 규모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급 반도체 불황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재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공시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R&D에 28조3400억원을 집행했다. 전년 대비 3조5000억원 늘어났다. 매출 대비 R&D 비중도 10.9%에 달했다.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2022년 비중은 8.2%였다. 시설 투자는 역대 최대였던 2022년과 동일한 53조1000억원을 지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 14조8800억원 적자를 냈다. 휴대폰, 가전 등을 포함한 전체 영업이익도 6조5670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급감했다. 이런 환경에도 투자를 늘린 것은 ‘초격차’를 유지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인재 확보에도 투자를 늘렸다. 임직원 수는 12만4804명으로 1년 전(12만1404명)과 비교해 3400명 늘었다. 신입 공채 등을 통해 채용을 지속한 결과다.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1억2000만원으로 전년(1억3500만원)과 비교해 10%가량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임금이 4%대 올랐음에도 반도체 부문에서 성과급이 급감하면서 평균 급여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들은 매년 연봉의 40~50%를 초과이익성과급으로 받아왔는데, 올해 처음으로 지급률이 ‘제로’로 떨어졌다.

임원 급여도 공개됐다. 이번에 퇴직하는 김기남 고문은 172억6500만원을 지급받았다. 이 중 퇴직금이 129억9000만원을 차지했다. 2위는 86억원을 받은 이원진 상담역, 3위(84억8500만원)는 진교영 고문이 뒤를 이었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69억400만원)과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61억9000만원)은 차례대로 4, 5위를 차지했다. 반도체 불황으로 성과급이 급감한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은 급여가 24억300만원에 그쳤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