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배터리 빅3 중 가장 조용했던 삼성SDI, 전고체로 치고 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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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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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수요 둔화에 내리막을 타던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최근 들어 꿈틀대고 있습니다. 배터리 완제품인 셀을 생산하는 대형주 3곳 가운데는 삼성SDI의 상승세가 돋보입니다. 소극적인 생산능력 확장으로 주식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한 데 따른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 데다,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전지 양산 시점을 구체화하면서입니다.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 구체화에 급등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일 삼성SDI는 11.12% 급등한 45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화재로 멈춰섰던 테슬라의 독일 공장이 다시 가동됐다는 소식에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가운데에서도, 2차전지 섹터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 다음으로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가 돋보이는 상승세를 보인 겁니다.

삼성SDI가 크게 오른 배경은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기대감입니다. 지난 6~8일 서울 코엑스에거 개최된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인 ‘인터배터리2024’ 행사에서 최윤호 삼성SDI 대표가 전고체 배터리 양산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기대감이 부풀었습니다. 최 대표의 발언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 7일에도 삼성SDI 주가는 13.03% 치솟은 바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 전선의 선두권에서는 삼성SDI와 일본의 도요타가 경쟁하고 있습니다. 도요타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은 2028년으로 삼성SDI가 1년 빠릅니다.

경쟁사보다 먼저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면 기술 표준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는 소재 및 양산 관련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삼성SDI가 기술 표준을 선점할 경우 규모의 경제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예상보다 전고체 배터리 시장이 빠르게 개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시작하더라도 초기에는 수요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비싼 가격 때문입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초기 전고체배터리는 비싼 고체전해질 가격으로 인해 킬로와트시(KWh)당 400~600달러에 출시될 것”이라며 “100KWh 용량을 탑재하면 배터리 가격만 5만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했습니다.

가격이 비싼 만큼 초기에는 럭셔리 전기차 중심으로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될 전망입니다. 이 연구원은 “20만~35만달러 이상의 전기차에는 5만달러의 배터리 가격이 무리는 아닐 것”이라며 “롤스로이스 등 럭셔리 자동차 판매량은 연간 37만대로, 100KWh 용량의 배터리를 답재할 경우 배터리 수요는 37GWh”라고 설명했습니다.

“올해부터 LG엔솔 대비 80% 수준까지 투자 확대…할인 해소될 것”

전고체 배터리는 삼성SDI 주주들 입장에서는 ‘아픈 손가락’일 수 있습니다. 삼성SDI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라는 신기술 개발에 집중하느라 당장의 증설 투자에 소극적이었다는 분석이 많이 나온 바 있습니다. 이로 인해 주식시장에서는 완전한 성장주 대접을 받지 못했고, 팬데믹 직후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결국 증설에도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1~2023년 삼성SDI의 연평균 투자금액은 LG에너지솔루션의 44% 수준이었다”며 “그 동안 보수적인 투자가 밸류에이션 할인의 논리로 연결됐으나, 올해와 내년의 예상 투자금액은 LG에너지솔루션의 80%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인 데 따라 할인 논리가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의 가정대로 삼성SDI가 2차전지 생산능력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과 비슷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되면, 2026~2028년 예상 생산능력 200GWh의 가치는 약 37조원으로 계산됩니다. 1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31조5973억원을 웃도는 수준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500GWh의 예상 생산능력의 가치로 약 93조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2차전지 셀 생산 분야 제외해도 기업가치 14조원 달해”

삼성SDI는 2차전지 셀 생산 이외에도 양극재 생산,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자회사, 전자재료 부문 등 사업 부문이 더 있습니다. 더해질 가치가 있다는 말입니다.

우선 양극재 생산 분야의 경우 매출 1조원을 넘긴 100% 연결 자회사 STM이 있습니다. 현재 양극재 생산능력은 약 3만톤(t)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에 에코프로비엠과의 양극재 합작사인 에코프로EM의 지분도 40%를 보유 중입니다. 둘을 더한 양극재 생산 분야의 기업가치를 약 4조8000억원으로 하나증권은 추산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자회사들의 현재 장부가치는 약 10조원을 50% 할인해 5조원으로 잡고, 전자재료 사업 부문에 업종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해 산출한 4조3000억원까지 더하면 2차전지 셀 생산 분야를 제외해도 삼성SDI의 기업가치는 14조원가량으로 계산됩니다. 현재 시가총액에 절반에 달합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