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락시장이 추진 중인 ‘주 5일제’가 시행되면 여름철 성수기 농산물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가락시장에서 시민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가락시장이 추진 중인 ‘주 5일제’가 시행되면 여름철 성수기 농산물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가락시장에서 시민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국내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이 ‘주 5일제 운영’을 추진하면서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상승)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와 농민들은 토요일 경매가 중단되면 적기에 출하하지 못해 버려지는 농작물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여름철에 대한 걱정이 크다. 가뜩이나 농작물 가격이 고공행진 중인 상황에서 경매일까지 줄면 저장성이 떨어지는 양파 복숭아 등 여름이 성수기인 농작물 가격이 폭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락시장 "경매 주5일로 축소"…금방 시드는 여름농작물 어쩌나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시장 운영일을 주 6일에서 주 5일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일요일에만 경매가 열리지 않는데, 앞으로는 토요일에도 경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사는 지난해 10월 주 5일제 운영 방침을 발표한 뒤 지금까지 세 차례 시범 휴업을 했다.

주 5일제 추진은 가락시장 내 만성적인 인력 부족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는 “주 6일 근무, 장시간 야간 근로 등으로 가락시장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갈수록 줄고 있다”며 “중간도매상부터 하역인력까지 구인난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공사는 인력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주 5일제 시행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당장은 농가 등의 반발에 부닥쳐 4월 6일 시범 휴업을 보류했지만, 결국 주 5일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유통업계에선 가락시장 주 5일제가 농작물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날씨가 더워지는 6~8월이 문제다. 토·일요일 이틀 연속 농산물을 출하하지 못하면 농가에 쌓아둬야 하는데, 폭염이 닥치면 상품성이 떨어져 팔지 못하고 최악의 경우 폐기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의 농산물 바이어는 “저장시설이 많지 않은 농가에선 복숭아 양파 등 더위에 약한 농작물의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고, 결국 공급이 부족해지면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농작물 가격 상승은 사과 귤 등 과일을 넘어 채소류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풋고추 도매가는 ㎏당 1만3563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96.12% 올랐다. 배추(84.08%), 부추(73.36%), 토마토(58.33%) 등도 일제히 작년보다 비싸졌다.

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가락시장에서 연간 거래되는 농작물은 230여 만t에 달한다. 국내 총거래량의 40%를 차지한다. 이런 가락시장이 주 5일제를 본격 시행하면 다른 공영도매시장도 운영일을 축소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우려되는 대목이다.

업계에선 가락시장 주 5일제 시행이 불가피하다면 물가 상승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조건 주 5일제를 시행하기보다 여름철엔 운영일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 등을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