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11일 공개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기준(배상안)이 자의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정한 배상 비율이 불완전판매 여부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나이, 상품 가입 액수 등 법적으로 근거가 없는 기준에 의해 큰 차이가 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이날 발표한 홍콩 H지수 ELS 배상안에 따르면 투자자가 적용받는 배상 비율은 경우에 따라 0~100% 등으로 제각각이다. 특히 투자자가 ‘금융 취약계층’에 속하는지에 따라 5~15%포인트의 차등적인 배상비율을 가산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은퇴자와 가정주부, 65~79세 고령자의 경우엔 배상 비율에 5%포인트가 추가되고, 80세 이상 초고령자는 10%포인트가 가산된다.

ELS 가입액도 배상 비율에 영향을 준다. 가입액이 5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엔 실질적인 손실 위험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배상 비율이 가입 액수에 따라 5~10%포인트 줄어든다. ELS 가입 횟수와 투자자의 직장이 금융회사에 속하는지 여부도 배상 비율에 반영된다. 한 금융인은 “불완전판매 여부를 기준으로 배상 비율을 정해야 하는 원칙이 무너져 정부가 근거 없는 잣대를 강요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이 훼손됐다”고 했다.

금융사들은 또 과거 ELS 영업 목표를 높이거나 판매 한도를 바꾼 것 등을 이유로 배상 비율이 최대 10%포인트 가산되는 ‘공통 가중’ 항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민간은행의 개별 상품 판매 포트폴리오에 직접 개입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배상 비율은 과학적인 비율이 아니고, 정성적인 판단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