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 11일 오후 3시 3분

공기업이 잇달아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공사채 시장이 순발행 기조로 전환했다. 업계에선 공사채가 채권 시장 수요를 빨아들여 수급 불균형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공사채(특수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총 2조4627억원으로 집계됐다. 1월에는 4451억원 순상환됐지만 지난달에는 2조4059억원 순발행으로 돌아섰다. 한국도로공사·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한국주택금융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공사채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영향이다. 공사채 시장은 이달 들어서도 5020억원 순발행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는 공사채 발행 규모가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만기가 돌아오는 공사채가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다. 월별 만기 도래 공사채 규모는 지난 1~3월 약 2조~3조원대에서 오는 4~7월 약 4조~5조원대로 예상된다.

올해 처음으로 공사채 발행에 나서는 곳도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전세 보증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사고가 늘어나자 공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공급망안정화기금도 공사채 시장에 새롭게 등장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하반기 발행 예정인 공급망안정화기금채권에 대한 국가보증동의안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5조원 규모 이내로 원화·외화채를 발행한다는 방침이다.

채권 전문가들은 공사채가 민간기업의 회사채 수요를 빨아들이는 ‘구축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관투자가가 자금을 푸는 ‘연초 효과’가 마무리되면서 최근 기업들은 회사채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석유화학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여천NCC와 부동산 리스크가 큰 HL D&I·한국토지신탁 등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목표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한 대형 증권사 채권발행 담당자는 “총선 이후 한전채까지 가세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며 “공사채로 자금이 쏠리는 ‘블랙홀’ 현상이 심화하면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