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웹 플랫폼 기반 운영체제(OS) ‘웨일OS’를 활용한 ‘아크마인드’로 로봇용 OS 시장에 진출한다. 웹 서비스와 호환된다는 점을 무기로 형성 초기 단계인 로봇 OS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다.
세계 최초의 웹 플랫폼 기반 로봇 전용 운영체제 ‘아크마인드’를 적용한 이동용 로봇. 네이버 제공
세계 최초의 웹 플랫폼 기반 로봇 전용 운영체제 ‘아크마인드’를 적용한 이동용 로봇. 네이버 제공

○필요한 소프트웨어 로봇에 설치

네이버는 지난 5~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정보기술(IT) 전시회 ‘LEAP 2024’에서 아크마인드를 공개했다.

OS는 하드웨어를 구동할 수 있는 부팅 기능과 펌웨어 등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소프트웨어와 차이가 있다. 네이버는 2017년 오픈소스 기반 웹브라우저인 웨일 브라우저를 선보였고, 2021년에는 PC용 웨일OS를 내놨다.
로봇 전용 운영체제 ‘아크마인드’.  네이버 제공
로봇 전용 운영체제 ‘아크마인드’. 네이버 제공
아크마인드는 웨일OS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네이버는 “주로 PC, 스마트폰 중심의 기존 웹 플랫폼 기반 OS는 물리 공간에서 인지, 이동, 동작 등을 수행하는 로봇의 특수성과 하드웨어를 반영하기 어려웠다”며 “아크마인드는 웹 생태계의 소프트웨어를 로봇 서비스로 연결하고 다수의 이기종 로봇 하드웨어도 직접 제어할 수 있도록 로봇에 최적화된 웹 앱 개발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아크마인드는 웹 플러그인 기술을 활용해 로봇의 위치·움직임 제어, 판단이 필요한 자율주행 서비스 등을 웹으로 구동할 수 있는 전용 API를 제공한다. 도커(docker) 환경에서 AI 서비스를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로봇 전용 기능도 지원할 예정이다. 기존 로봇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수적으로 사용된 오픈소스 프레임워크 ROS(로봇OS)와 통신할 수 있는 전용 API도 나온다.

아크마인드의 장점은 기존 웹 생태계의 소프트웨어를 로봇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예약, 주문, 결제, 지도, 얼굴 인식 등 웹에서 사용하는 기술을 조합해 로봇에 설치하면 기존의 배달 로봇이 얼굴 인식 결제와 같은 새로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처럼 무선 업데이트(OTA) 방식으로 새로운 서비스와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다. 로봇 하드웨어와 응용 소프트웨어를 제어하고 모니터링하는 다양한 기능도 포함된다. 도난 당한 로봇의 데이터를 초기화하거나 서버에서 중앙처리장치(CPU) 온도 및 스토리지 용량을 제어하는 등의 작업이 가능하다.

○“웹 개발자 누구나 로봇 서비스 개발”

네이버는 사옥에서 운용 중인 자율주행 로봇 ‘루키’와 같은 이동형 로봇에 아크마인드를 우선 적용할 방침이다. 백종윤 네이버랩스 책임리더는 “배송, 청소, 감시 등 이동 기능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형 로봇에 아크마인드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추후 로봇팔과 같은 조작형 로봇으로 범위를 넓히려 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특정 OS에 구애받지 않고 웹 생태계에서 로봇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을 아크마인드의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로 꼽았다. 백 책임리더는 “전 세계의 웹 개발자 누구나 로봇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자사 로봇을 시작으로 파트너십을 통해 적용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W3C)을 통한 웹 표준화, 오픈소스·스토어 제공 등을 추진해 오픈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웹 개발자를 로봇 생태계로 유인하기 위해 테스트용 로봇 등도 제공한다.
"로봇 OS 선점"…네이버, 신시장으로 진격
시장조사업체 아이마크그룹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세계 로봇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146억달러(약 19조원) 수준이다. 2028년까지 연평균 18.6% 성장해 435억달러(약 5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키오스크, 자동차 등으로 웨일OS 확대

네이버는 아크마인드의 기반이 된 웨일OS를 로봇은 물론 다양한 분야로 확장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웹 플랫폼 기술은 특정 기기나 OS의 제약을 받지 않아 디스플레이와 네트워크만 있다면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수업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웨일 브라우저상에서 모아 제공하는 오픈형 플랫폼 ‘웨일 스페이스’와 교육용 디바이스 ‘웨일북’을 잇달아 선보였다. 기업용(B2B) 시장에서도 맞춤형 브라우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온라인 시험에 쓸 수 있는 ‘평가용 브라우저’를 시작으로 지난해 기업·기관 전용 브라우저인 ‘웨일 엔터프라이즈’의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

네이버는 노트북, 전자칠판 등 교육용 디바이스는 물론 키오스크, 자동차 등 다양한 환경에서 웨일OS를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