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그동안 급등세를 이어오며 미국 증시 상승을 견인해 왔던 반도체 기업들이 급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4.03% 급락했지만 그간 부진했던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낙폭은 1% 수준이었다. 자료=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지난 주말 그동안 급등세를 이어오며 미국 증시 상승을 견인해 왔던 반도체 기업들이 급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4.03% 급락했지만 그간 부진했던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낙폭은 1% 수준이었다. 자료=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지난 주말 사이 미 증시 강세를 주도해 온 반도체 관련주들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충격에 이번에도 코스피지수가 2680선 안착에 실패하고 박스권에 갇힐 것인가 하는 우려다. 하지만 증권가는 그럼에도 코스피가 2700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1일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투자전략 보고서를 내고 "지난 주말 미국 반도체 관련주 급락의 중심에 그동안 거침없는 상승세, 급등세를 보여왔던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자리했다. 반도체 칩 관련 매출 둔화가 차익실현 심리를 자극했다지만, 이는 핑계일 가능성이 높다"며 "펀더멘털 변화라기보다 최근 단기 급등에 따라 극도의 과열국면에 들어선 점이 단기 급락의 이유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단기 차익실현 빌미를 찾고 있던 상황에서 브로드컴과 마벨 테크놀로지의 실적 가이던스 실망감이 이유로 지목된 것"이라며 "AI 반도체 수요, 매출 전반에 대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AI 반도체 기업들의 급등세에 균열이 가해졌고, 당분간 과열 해소·물량 소화국면으로 들어갈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런 흐름은 극도의 쏠림현상을 불러온 AI 반도체에만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도 단기 등락은 불가피하겠지만, 그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주말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낙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 연구원은 "지난 주말 17만원을 넘어선 SK하이닉스가 급격한 변동성 확대에 시달리더라도 삼성전자 주가가 버텨준다면 상황변화에 따라 코스피의 추가적인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전체에서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5.73%인 데 반해, 삼성전자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20.04%에 달한다. 연초 이후 코스피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삼성전자의 지지부진한 흐름 영향이 크다. 때문에 당분간은 삼성전자의 가격 메리트가 코스피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거나 추가 반등시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게 이 연구원 설명이다.

그는 특히 중국 양회에서 공개된 정부업무보고에 주목했다. 이 연구원은 "가장 두드러진 항목은 데이터 경제 및 소비시장 지원 방안이라고 본다. 데이터 경제에서는 AI 플러스 정책을 강조했다"며 "AI 플러스는 지난 2015년 리커창 총리가 인터넷 플러스를 도입해 BA(Baidu, Alibaba, Tencent) 등 플랫폼 기업의 전성기를 만들어냈던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의 사업영역을 영위, 확장하거나 진출 예정인 기업들에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중국 소비 개선이 가시화할 경우 IT, 반도체, 2차전지 등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본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이런 차별적인 중국의 변화가 국내 반도체, 그중에서도 삼성전자에 우호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업, 종합 IT기업의 이미지가 강하면서도 한국의 대표기업"이라며 "반도체 업황의 영향력도 크지만, 수출 변수에 민감도가 높다. 중국 경기불안심리가 진정되고, 대중국 수출 회복 기대가 유입될 경우 당분간 삼성전자 주가는 상대적으로 선방하면서 차별적인 반등시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