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고기철, 제2공항 찬성 여론 업고 보수층 많은 노인층 공략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바이오산업 국가기관 유치 등 실적 홍보 행보
[4·10 격전지 르포] 서귀포시 "제2공항은 기회" vs "20년 일꾼"
지난 7일 오전 10시 40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노인회관 2층.
대한노인회 서귀포시지회 부설 대정노인대학 제22기 입학식이 시작되기 전 제22대 국회의원 서귀포시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진 국민의힘 고기철 예비후보가 노인대학 입학생과 노인회 관계자 등 70여명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했다.

고 후보는 맨 뒤쪽에 앉아 있다가 40여분 뒤 행사가 끝나자 다시 한번 나가려는 노인들의 손을 잡으며 부지런히 '눈도장'을 찍었다.

이어 의료 취약지 지역주민을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건립된 '서귀포시 365 민관협력의원'으로 이동해 우명창 노인회장 등으로부터 의사가 없어 개원조차 못 하는 실상을 들었다.

우 회장 등은 "이번 국회의원에 당선돼 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고, 고 후보는 "고맙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고 화답했다.

고 후보는 이번엔 노인회장이 노인복지센터 건립 용도로 기증한 땅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예산이 없어 사업 추진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청취했다.

그는 "제주 제2공항이 투자 확대와 세수 증대, 젊은이들의 유입 등을 위한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제2공항, 관광청 유치 등을 통해 활력 있는 도시가 되면 어르신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돌려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속해서 대정읍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알뜨르·송악산 평화대공원 추진위원회 사무실을 찾은 뒤 오후 1시가 다 되어서야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현역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후보는 이날 오후 2시 남원읍 신례리에 있는 제주테크노파크 산하 생물종다양성연구소 내 미생물산업화지원센터에서 입주 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위 후보는 8개 업체 관계자로부터 사업 추진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전문인력 구인난 등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중요한 사항이 나올 때마다 꼼꼼히 수첩에 기록했다.

[4·10 격전지 르포] 서귀포시 "제2공항은 기회" vs "20년 일꾼"
화장품 산업 발전 등을 위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제주지방청 설립, 수도법상 연구단지 내 공장 설립 불가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제주 해안의 골칫거리인 구멍갈파래와 괭생이모자반을 활용해 메탄가스 발생을 줄이는 사료 첨가제를 개발한 업체의 원료 수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좋은 방안을 함께 고민하자고 했다.

그는 제주에 있는 800여종의 약재성 작물을 산업화하는 허브를 만들고자 약 200억원이 투입되는 미생물산업화지원센터와 화장품산업화지원센터를 유치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활발히 활동하는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식약처 산하 국가생약자원관리센터와 제주대학교 약학대학 유치, 헬스케어타운 내 지식산업센터 설립 추진 등을 통해 서귀포 바이오산업 허브 조성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위 후보는 간담회를 마치고 나서 잠시 선거사무실로 들어가 지지자들을 만난 뒤 오후 4시께부터 서귀포시 최대 중심가라고 할 수 있는 서귀포올레매일시장으로 갔다.

시장 입구 바닥에 좌판을 벌인 할머니를 보자 곧바로 낮춰 앉으며 손을 잡아 인사하고, 접시에 담겨있던 깐 밤을 한 봉지 사들었다.

그는 계속해서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과 점포 주인들에게 "반갑습니다.

성곤이가 잘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하며 악수하고 명함을 건넸다.

현역으로 단수 공천을 받은 위 후보와 경선에서 승리해 첫 도전에 나선 고 후보는 이날 서로 다른 곳에서 쉴 새 없이 하루 일정을 소화했다.

제주의 3개 선거구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진보 진영이 독식해왔다.

서귀포시는 앞서 제16대 선거 이후 내리 6차례 24년간 민주당의 독무대였다.

[4·10 격전지 르포] 서귀포시 "제2공항은 기회" vs "20년 일꾼"
제주 선거구 중 이번에 서귀포시가 유일하게 현역과 신인이 맞대결을 펼치는 격전지로 꼽힌다.

두 후보는 서귀포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지만 걸어온 길은 사뭇 다르다.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인 민주당 위성곤 후보는 서귀포시 동홍동 지역구의 제주도의회 의원 3선 경력을 바탕으로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21대 선거에서 재선됐다.

도의원과 국회의원으로서 20년 가까이 지역 발전을 챙겨온 일꾼임을 강조하는 위 후보는 관록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이번 선거에 임하고 있다.

경찰간부후보 38기로 경위에 임용됐던 국민의힘 고기철 후보는 경기경찰청 형사과장, 경찰청 자치경찰추진단장, 서울경찰청 자치경찰차장 등을 거쳐 제주경찰청장을 지냈다.

그는 국회의원 출마를 염두에 둔 듯 2022년 6월 제주경찰청장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8월부터 제주제2공항추진범시민포럼 명예대표를 맡아 활동하고 있다.

사실상 서귀포시의 최대 현안인 제2공항 관련 찬성 여론을 앞세워 지역 표심을 공략해온 셈이다.

그동안 여론조사를 보면 서귀포시에서는 제2공항 건설 찬성 여론이 매우 높게 나왔고, 국민의힘은 제2공항 건설을 일관되게 찬성해왔다.

반면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 당시 반대 여론을 의식해 찬반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위 후보는 2015년 도의원 시절 지역 정치인 중에서는 가장 먼저 찬성 입장을 밝혔으나 이후 애매한 행보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다 지난 1월 30일 국회의원으로서 다시 찬성 입장을 밝혔으나 고 후보는 곧바로 "표만 의식한 발표"라고 맞받아쳤다.

이래저래 현재 서귀포시에서는 제2공항 건설 관련 민심의 향방이 최고 지역 관심사로 떠오른 모양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