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북한에도 있다"…대학생 시위대 "사립대, 부유층 대상 학위 장사"
정부 "해외 유출 인재 귀국 유인…공립대 비효율 개선"
그리스 의회, 화염병 시위 속 사립대 설립 허용 법안 통과(종합)
'무상교육의 나라' 그리스에서 8일(현지시간) 사립대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고 로이터, AP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리스 의회는 이날 저녁 사립대 도입 법안을 표결한 끝에 전체 의원 300명 가운데 159명의 지지로 가결 처리했다.

표결 결과는 자정을 넘긴 뒤에야 발표됐다.

야당은 이번 법안이 무상교육을 규정한 헌법에 위배되고 안 그래도 부족한 공립대에 대한 정부 지원이 더 줄어들 것이라며 반대했으나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6월 재선에 성공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여당의 과반 의석(300석 중 158석)을 앞세워 지난달 정교회 국가 중 최초로 동성결혼 합법화를 이끈 데 이어 이번에는 교육 개혁에도 성공했다.

새 법안은 사립대에서 취득한 학위를 공립대 학위와 동등하게 인정하고 해외사립대가 비영리 단체 자격으로 그리스에 분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의회에서 표결을 앞두고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학생이 집을 떠나지 않고도 국제적인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에도 존재하는 것을 설립하려고 한다"며 "슬프게도 우리는 쿠바와 더불어 고등교육을 국가가 독점하는 아마도 마지막 국가"라고 했다.

미초타키스 총리가 올해 1월 사립대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교육 개혁안을 발표하자 대학생들은 이에 반발해 9주째 시위를 벌여왔다.

이날 표결에 앞서도 수도 아테네 중심부의 신타그마 광장에서 경찰 추산 1만8천명의 대학생이 모여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사립대 도입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소수를 위한 교육은 안 된다.

모두를 위한 무상 교육"이라고 외쳤다.

시위대 일부는 미초타키스 총리의 얼굴이 그려진 가면을 쓰고 나왔다.

그리스 의회, 화염병 시위 속 사립대 설립 허용 법안 통과(종합)
시위 도중 일부 대학생은 화염병을 던지는 등 폭력 시위를 벌여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과정에서 경찰관 7명을 포함해 16명이 다쳤고, 3명이 체포됐다.

대학생들은 이 법안으로 공립대의 위상이 떨어지고, 사립대의 비싼 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는 학생은 소외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시위에 참여한 이라클리스 마리노풀로스는 "부유한 학생들은 더 낮은 성적으로도 사립대에 입학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들은 그냥 돈을 내고 학위를 취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는 '교육은 국가가 책임지며 무료로 제공한다'는 헌법 제16조 2항에 따라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무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사립대가 설립되지 않았다.

그리스는 2010∼2018년 재정위기로 청년 인재가 대거 해외로 떠나는 '두뇌 유출' 사태를 겪었다.

이에 해외사립대 캠퍼스를 그리스에 유치해 수만 명에 달하는 유학생을 고국으로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우수 인재 유치와 함께 공립대의 관료주의로 인한 비효율성과 비능률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이들과 경쟁할 사립대 도입이 필요하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반면 야당은 그리스의 교육 관련 예산이 7.1%로 유럽연합(EU) 평균인 9.6%에 비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사립대가 도입되면 낙후된 공립대의 인프라가 더욱 열악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야당은 또한 EU에선 학생 13명당 강사 1명이지만 그리스는 학생 47명당 강사가 1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사립대 도입보다는 공립대 지원이 급선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