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 혁명"…피부세포로 '난자' 만든다
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OHSU) 연구진은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실험용 생쥐의 피부 세포 핵을 난자에 이식시키는 방법으로 생존 가능한 배아를 만드는 기술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먼저 기증된 난자의 핵을 제거한 뒤 부모의 피부 조직에서 추출한 핵으로 대체했다.
난자는 염색체의 두 쌍 중 절반을 자연적으로 폐기하고 한 쌍만 남기는 방식으로 배양됐다. 이 작업이 있어야만 나중에 정자와 수정된 이후 수정란이 부모로부터 절반씩 염색체를 받아 정확한 수의 염색체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술은 지난 1996년 영국 연구진이 복제 양 '돌리'를 만들었던 기술인 '체세포핵치환'(SCNT)을 응용한 것이다.
연구진은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시행했으며, 지난 2022년 이 기술을 통해 생쥐 세 마리가 태어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성공률은 1%도 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2022년에는 이번 연구의 개념을 증명했고, 이번에는 난자에서 염색체 절반이 어떻게 제거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향후 연구에서는 염색체 쌍이 정확하게 분리되도록 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 중 한 명인 OHSU의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박사는 "현재 우리의 목표는 각 단계에서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부세포로 인공수정 난자를 만들면 고령의 여성도 자신의 유전자(DNA)를 가진 아이를 낳을 수 있고, 질병이나 암 치료로 난자가 손상돼 생긴 불임 극복의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또 남성의 DNA를 수정란에 결합한 뒤 대리모를 통해 출산할 수 있기 때문에 남성 커플들도 자신들과 유전적으로 관련 있는 아이를 출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기술을 인간에 적용해 실제로 활용되기까지는 10여년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는 많은 국가에서 불임 부부를 치료하기 위해 인공 정자와 난자를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나 앞으로 이 기술이 안전하며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면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연구진 중 한 명인 OHSU의 알렉세이 미할첸코 박사는 "이 기술이 앞으로 임상적으로 활용된다면 체외 인공수정에 혁명을 일으켜 질병, 노화, 암 치료로 인해 생식세포(정자나 난자 세포)를 잃은 많은 불임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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