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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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가 과세당국이 부과한 세금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한 사건이 지난해 처음으로 2만 건을 돌파했다. 재산세 등 지방세를 비롯한 모든 세목(稅目)에서 세금 불복이 크게 늘어나 심판청구 건수가 전년 대비 35.2% 급증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잦은 세법 개정과 이로 인한 세제 해석 혼선, 과세당국의 무리한 과세 등이 맞물려 국민의 조세 저항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국무총리실 산하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기업 등 납세자가 심판청구를 제기한 건수(이월 포함)는 2만30건이다. 전년(1만4814건) 대비 35.2% 급증했다. 2008년 심판청구 통계를 작성한 이후 역대 최대치다. 집값 폭등 여파로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세 부담이 늘어나며 조세 불복이 급증한 2020년(35.3%)과 증가율이 비슷하다. 코로나19 이후 세무조사 건수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강행한 과도한 부동산 세제가 완화됐음에도 심판청구 건수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지방세를 비롯해 종합소득세와 양도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등 모든 세목에서 청구 건수가 골고루 증가했다”고 밝혔다. 납세자는 과세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조세심판원 등에서 반드시 심결(審決)을 받아야 한다.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지난해 인용률(과세당국 패소율)은 21.0%로 전년(14.4%) 대비 높아졌다. 헌법재판소가 담당하는 종부세법 위헌 주장(3764건) 등 조세심판원 업무 범위를 넘어 인용하기 어려운 사건을 제외하면 인용률이 28%에 달한다. 납세자가 제기한 열 건의 조세불복 중 약 세 건이 세금 부과가 잘못돼 환급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지난해 조세불복 청구 건수가 2만 건을 처음으로 넘어서면서 올해 환급금 규모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과세당국이 경정청구 등을 통해 돌려준 국세 환급금은 15조2636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잦은 세법 개정에 더해 각종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반영한 조세특례까지 추가돼 과세당국과 납세자 간 세법 해석 차이로 인한 조세 불복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