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세심판원 심판관이 인당 4000건이 넘는 청구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구 사건이 2만 건을 돌파하는 등 조세심판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인력 부족으로 ‘부실 심판’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심판원은 원장을 비롯해 상임 심판관 8명(내국세 5명, 소액·관세 1명, 지방세 2명)과 이들을 보좌하는 심판조사관 17명으로 구성돼 있다. 상임 심판관은 민간 출신 등 비상임 심판관과 회의를 거쳐 국세, 관세, 지방세 등에 대한 납세자의 불복 사건을 심리·결정한다.

지난해 제기된 심판 청구는 2만30건이며, 이 중 처리된 건수는 1만6485건이다. 심판관 한 명이 2060건, 하루에 5.6건을 처리한 셈이다. 상임 심판관이 사건마다 두 명씩 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심판관 한 명이 1년에 처리한 사건은 4000건이 넘는다. 이렇다 보니 의견 진술시간을 포함한 사건당 심리시간은 10분을 채 넘지 못한다. 과세당국과 납세자가 첨예하게 다투는 사안에 대해 심판관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결정을 내리는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조세심판원은 지난해 조세심판 사건당 평균 처리일수가 172일로, 전년(234일)보다 크게 짧아졌다고 강조했다. 청구 사건 대비 처리 비율도 82.3%로, 전년(78.1%) 대비 높아지는 등 많은 사건을 빠르게 처리했다는 것이 조세심판원의 설명이다. 바꿔 말하면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조세심판 청구 급증에 따라 ‘부실 심판’ 소지도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조세심판원은 2020년 상임 심판관을 6명에서 8명으로 증원했지만 늘어나는 심판 청구 건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