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텃밭으로 분류돼 왔던 수도권 선거구들이 속속 접전지로 바뀌고 있다. 계속된 공천 잡음에 하락하고 있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개별 선거구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거세게 추격하며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0%포인트 이상의 승리를 했던 선거구에서도 오차 범위 내의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초접전’ 양상의 명룡대전

'명룡' 오차범위 내 접전…민주 텃밭이 흔들린다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지난 7일 인천 계양을에서 만 18세 이상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총선 지지 후보로 45%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 41%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꼽았다. 두 후보의 격차는 4%포인트에 불과해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내 접전을 나타냈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 면접 100%로 진행됐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계양을은 송영길 전 대표가 이 지역에서만 5선을 지낼 정도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으로 분류된다. 2022년 6월 보궐선거에서도 이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를 10%포인트 넘게 따돌렸다. 지난달 17~19일 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이 대표 44%, 원 전 장관 34%로 나타난 격차가 최근 빠르게 좁혀진 것이다.

수도권의 다른 민주당 텃밭에서도 표심 변화가 감지된다. 노웅래 의원이 4선을 한 서울 마포갑도 박빙이다. 5일 한길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이지은 전 총경(민주당)의 지지율은 43.7%,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41.5%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안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2020년 총선에서는 노 의원이 강승규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를 10%포인트 이상의 큰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김영진 의원과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국민의힘)이 맞붙는 경기 수원병은 격차가 더 작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가 5일 공개한 조사를 보면 두 후보 간 가상 대결 결과 김 의원은 40.9%, 방 전 장관은 40.4%를 득표했다. 0.5%포인트 차 초접전이다. 이 지역 역시 20~21대 총선에서 김 의원이 연속으로 이겼다. 지난 선거 땐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났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민주당)과 고석 변호사(국민의힘)가 대결하는 경기 용인병도 5일 여론조사꽃 조사 결과 38.1% 대 32.8%로 차이가 오차범위 안이었다.

◆‘비명횡사’에 요동치는 민심

이 같은 표심 변화에 대해 ‘비명횡사’ 공천에 유권자들이 마음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용인병에선 비명(비이재명)계 현역인 정춘숙 의원이 친명(친이재명)계 부승찬 전 대변인에게 밀려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 의원이 컷오프(공천 배제)된 인천 부평을 공천이 같은 생활권인 계양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오르고 있다. 한국갤럽이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주 연속 39%를 기록했다. 올초만 해도 30% 초반에 머물렀던 것과 대비된다. 통상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밑돌면 총선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간주한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지금 민주당의 공천을 보면 2016년 총선 당시 박근혜의 ‘진박 감별’로 비박(비박근혜) 인사를 ‘학살’하며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했던 때와 비슷한 양상”이라며 “지지층은 결집하고 중도층까지 끌어모아야 해볼 만한 상황인데, 공천 갈등이 이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지지층마저 분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