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전공의 환자 곁 떠나고···중소병원 전문의가 환자 지킨다 [사진issue]
'중림동 사진관'에 쓰여진 기사는 한국경제신문 지면에 반영된 기사를 정리했습니다.

전공의 없는 중소병원, 의료공백 '버팀목'

7일 서울 신림동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응급실에 한 환자가 이송돼 의료진에게 처치를 받고 있다./김범준 기자
7일 서울 신림동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응급실에 한 환자가 이송돼 의료진에게 처치를 받고 있다./김범준 기자
정부가 전공의 집단 사직 여파로 축소운영 중인 대형 대학병원의 공백을 중소병원으로 메우는 작업에 착수했다.

7일 서울 신림동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응급실에 한 환자가 이송돼 의료진에게 처치를 받고 있다./김범준 기자
7일 서울 신림동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응급실에 한 환자가 이송돼 의료진에게 처치를 받고 있다./김범준 기자
중소병원 상당수는 의대 증원에 찬성해온 만큼 의사 파업에 동참할 가능성이 낮아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는 보루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의 한 중소병원은 의사 집단행동 전인 지난달 초에 비해 이달 초 전체 환자가 30% 증가했다. 의료기관의 환자는 같은 기간 60% 급증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지역 종합병원에 신규 환자가 이렇게 많이 늘어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가 3일 서울 여의대로 인근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이솔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3일 서울 여의대로 인근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이솔 기자
또한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에 반발해 전공의가 대거 의료현장을 이탈했지만 중소·종합병원은 달랐다. 일부 전공의가 환자 곁을 떠났지만 의사 인력의 82%에 이르는 전문의가 현장을 지키고 있다.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진료거부를 이어가고 있는 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응급의료센터로 들어가고 있다./이솔 기자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진료거부를 이어가고 있는 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응급의료센터로 들어가고 있다./이솔 기자

빅5 전공의 빠지자 환자 몰린 중소병원···"의료붕괴 없지만 의사 부족"

7일 서울의 한 중소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전화를 받고 급히 달려가고 있다./김범준 기자
7일 서울의 한 중소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전화를 받고 급히 달려가고 있다./김범준 기자
대형 대학병원 진료가 어려워지자 '이름값'만 보고 3차 병원을 찾던 경증 환자들이 2차 병원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7일 서울의 한 중소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김범준 기자
7일 서울의 한 중소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김범준 기자
대형 대학병원 문턱이 높아지자 '의료 쏠림'이 완화돼 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의사파업의 역설'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서울의 한 중소병원 병상 가동률은 이달 초 94%로, 한 달 전 82%보다 12% 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요 8개 대형 대학병원 병상 가동률은 79%에서 55%로 24% 포인트 떨어졌다.
7일 서울의 한 중소병원에 '정상 진료중'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전광판에 보이고 있다./김범준 기자
7일 서울의 한 중소병원에 '정상 진료중'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전광판에 보이고 있다./김범준 기자
부산의 한 중소병원 원장 B씨는 "KTX를 타고 무조건 서울 대형병원으로 가던 환자가 거주지 인근 병원을 찾기 시작하면서 환자가 15%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전 의사 파업과는 다르다"

7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단기 무급 특별휴가 중단' 촉구 성명서가 게시돼 있다./최혁 기자
7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단기 무급 특별휴가 중단' 촉구 성명서가 게시돼 있다./최혁 기자
의료계 안팎에선 "이전 의사 파업과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악의 의료 대란으로 기록된 2000년 의약분업 사태땐 초기 동네의원 휴진율이 92%에 이를 정도로 대다수 의료기관이 문을 닫았다. 이번엔 1·2차 병원은 정상 가동하고 있다.
의대정원 증원 신청 마감날인  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의 모습이 반사돼 보이고 있다./김범준 기자
의대정원 증원 신청 마감날인 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의 모습이 반사돼 보이고 있다./김범준 기자
더욱이 중소병원은 사태가 번져도 집단 휴직 등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여론이 우세하다.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은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7일 서울의 한 중소병원에서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김범준 기자
7일 서울의 한 중소병원에서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김범준 기자
경기도에서 중소병원을 운영하는 C원장은 "의사가 지나치게 적게 배출돼 실력 없는 인력도 비싼 인건비를 주고 고용해야 하는 게 문제"라며 "환자에게도 불행한 일"이라고 했다.

지방·중소병원들 "의대 정원 확대 필요

중소 종합병원에 환자들이 몰리고 있는 7일 서울의 한 중소병원에서 간호사가 환자의 안과검사를 하고 있다./김범준 기자
중소 종합병원에 환자들이 몰리고 있는 7일 서울의 한 중소병원에서 간호사가 환자의 안과검사를 하고 있다./김범준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대응 역량이 쌓인 것도 사태 악화를 막는 버팀목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3년 가량 이어진 팬데믹 때 대형 대학병원 셧다운이 잇따랐다. 이때 환자를 돌보면서 안전망 역할을 한 게 중소·종합병원이었다.
5일 경기도에 위치한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한 보호자가 바닥에 앉아 기도를 하고 있다./최혁 기자
5일 경기도에 위치한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한 보호자가 바닥에 앉아 기도를 하고 있다./최혁 기자
당시 국민들이 경증 질환은 병원에 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경험을 쌓은 것이 이번 사태를 버텨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다. 다만 중소·종합병원 원장들도 '사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의료파행 2주째인 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응급환자가 이송되고 있다./김범준 기자
의료파행 2주째인 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응급환자가 이송되고 있다./김범준 기자
높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지금도 부족한 인력으로 가동하고 있는 이들이 대형 대학병원 역할을 영구적으로 대신 할 수 없다는 의미다.

간호사도 응급환자에 심폐소생술 허용

간호사도 진료행위에 본격적으로 투입 예정인 7일 서울의 한 중소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김범준 기자
간호사도 진료행위에 본격적으로 투입 예정인 7일 서울의 한 중소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김범준 기자
간호사도 응급 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하서나 중환자에 대한 기관 삽관, 수술 부위 봉합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간호 인력 역할을 확대하는 조치다.

정부는 98개 의료 행위 중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명확히 정했다.
간호사도 진료행위에 본격적으로 투입 예정인 7일 서울의 한 중소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김범준 기자
간호사도 진료행위에 본격적으로 투입 예정인 7일 서울의 한 중소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김범준 기자
우선 간호사를 숙련도와 자격에 따라 '전문간호사·전담간호사·일반간호사'로 구분하고, 이에 따라 가능한 업무를 차등화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환자에 대한 진료, 처치, 수술 행위는 의사만 할 수 있고, 간호사는 의사 지시에 따라 보조 역할을 해야 하지만 의사 부족으로 의사 역할을 일부 대신해 왔다.
7일 서울의 한 중소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응급의료센터로 들어가고 있다./김범준 기자
7일 서울의 한 중소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응급의료센터로 들어가고 있다./김범준 기자
1만 명 가량으로 추정되는 '진료보조(PA: physician assistant)간호사'로 불리는 이들로, 병원 운영에 필수 인력이지만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PA간호사의 업무 영역을 확대하면서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