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학생에 지문 날인도 강요"…교육당국은 교과서 수정 나서
앞서 선양공항서도 대만 국가표기 지도 문제삼아 한국인 한때 억류
"中세관원, 이번엔 '대만식 표기' 쓴 홍콩중학교과서 지도 찢어"
중국 본토의 세관원들이 이달 초 홍콩 중학교에서 사용돼 온 '대만식 표기' 지도를 문제 삼아 학생들의 입국을 제지하고 지도를 찢은 사건이 발생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은 이번 주 초 '에듀 란쳇'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관련 내용이 올라오면서 처음 알려졌다.

본토 세관원들은 홍콩 학생들을 검문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갖고 있던 중학교 역사 교과서 지도상에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가 대만식 표기인 댜오위타이(釣魚臺)로 표기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국은 댜오위타이를 베이징 소재 국빈관의 명칭으로 쓰고 있다.

이들은 "홍콩 교과서의 중국 지도가 중국 정부의 표준지도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문제가 된 교과서의 페이지를 찢은 뒤 학생들에게 지문을 찍으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관원들이 언급한 표준지도는 중국이 지난해 공개한 '2023 표준지도'로, 주변국과 국경·영유권 분쟁을 겪는 지역을 모두 중국 영토로 표시해 인도와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 반발을 사고 있다.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펑카이류만석퉁 중학교의 마슈렁 교장은 "이 사건이 이달 초에 발생했고, 최소 2명의 학생이 연루됐다"고 확인했다.

마 교장은 그러면서 "우리는 국가의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며 "중국 역사교과서의 지도를 업데이트된 표준지도로 교체하는 조치를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교육국 대변인은 "업데이트된 내용을 교과서 출판사에 알리고 다른 출판사에도 출간 교과서들을 검토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세관원들이 방문객 소지 지도를 문제 삼은 것은 확인된 것만 해도 올해만 2번째다.

지난 1월 랴오닝성 선양 타오셴공항 세관원들은 한국인 정모(72)씨가 소지한 다이어리에 부착된 지도에 대만이 별도의 국가처럼 표시돼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지도를 찢어 압수하고 정씨를 한 시간 이상 억류한 바 있다.

중국 세관원들이 입국자 소지 지도를 빌미로 다소 과해 보이는 압수와 억류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은 중국 당국의 영유권 강화 조치와 맞물려 모종의 지침이 내려왔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