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 의사를 재확인하자 시장이 환호했다. 예상보다 뜨거웠던 지난 1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지표에도 파월 의장의 입장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안도감에서다. 미국 증시와 유가가 일제히 상승하고 금값은 이틀 연속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6월 금리 인하 가능성 70%”

다시 '비둘기' 된 파월…증시·유가 다 뛰었다
파월 의장은 6일(현지시간) 연방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경제가 예상 경로로 움직인다면 ‘올해 어느 시점’(at some point this year)에 현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되돌리는 완화책을 시작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파월 의장이 기존에 금리 완화 시점을 ‘올해 중반’(mid-year)이라고 한 것과 비교해 이번 발언이 비둘기적(긴축 완화 선호)인 것으로 해석했다.

파월 의장은 또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1%로 시장 추정치(2.9%)를 웃돈 것에 대한 언급 없이 “우리는 지난해 6개월 동안 좋은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리 인하의) 자신감을 갖출 수 있도록 약간 더(a bit more) 증거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파월의 발언은 올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를 그대로 남겨둔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미국이 오는 6월부터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에서 Fed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약 70%에 달했다. 파월 의장은 미 상업용 부동산발 은행 대출 부실화 위험에 대해선 은행권의 손실이 예상된다면서도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증시 오르고 국채금리는 하락

미국 증시는 파월의 발언에 반색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장 초반부터 오르기 시작해 파월 발언이 끝난 오후 1시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58% 상승 마감했다. 장중에는 1.2%까지 치솟았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20%, S&P500지수는 0.51% 올랐다. 미국 온라인 증권사 인터랙티브브로커스는 “파월 의장이 가까운 미래의 금리 인하를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인플레이션 궤적에 관한 그의 긍정적인 견해만으로도 충분했다”고 분석했다.

금값은 이틀 연속 올랐다. 이날 금 현물 가격은 장 초반 트로이온스당 2152.09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도 0.8% 오른 2158.2달러에 거래됐다. 씨티그룹은 “2분기 경기 침체 리스크가 금에 유리할 수 있다”며 향후 3개월간 금값 전망을 트로이온스당 22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Fed가 기준금리를 내리면 달러 가격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금의 가치가 오를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금 가격이 상승하자 다른 귀금속 가격도 일제히 뛰었다. 은 가격은 1.9% 오른 24.15달러를 기록했다. 팔라듐 가격도 10% 가까이 상승한 1035.83달러를 나타냈다.

미국 달러화 가치는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달러 대비 유로화는 전날보다 0.3% 하락한 1.0897달러에 거래됐다. 달러 가치는 지난달 이후 가장 낮아졌다. 블룸버그통신이 10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블룸버그달러현물지수는 하루 0.5% 하락해 한 달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유가는 금리 인하에 따른 경기 활성화 기대로 상승세를 탔다. 서부텍사스원유(WTI) 4월물 가격은 0.98달러(1.25%) 오른 배럴당 79.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파월 의장의 발언에 더해 휘발유 재고가 예상보다 많이 줄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다. 이날 종가는 올해 들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WTI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10% 넘게 상승했다.

미국 국채금리는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가 커지며 하락(채권 가격 상승)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0.05%포인트 내린 연 4.1%를 기록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