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3가지 핵심 요소 ESG.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대로 가다간 머지않아 사전에서 ‘여행’이라는 단어가 영영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죠. 다음 세대를 위한 녹색 여행을 만들어갑니다. 오늘의 착한 여행지는 경남 밀양입니다.

ESG여행의 세 가지 요소는 아래와 같이 표기했습니다

E 환경(Environment)을 생각하는 여행
S 지역사회(Social)를 생각하는 여행
G 정책·제도(Governance)로 만들어가는 여행
위양지 둘레길에서 바라본 완재정. 사진=임익순
위양지 둘레길에서 바라본 완재정. 사진=임익순

E : 위양지, 신라 천년의 연못

‘선량한 백성들을 위해 축조한 못’이라는 뜻의 위양지는 본래 농사를 위해 삼국시대에 축조된 작은 연못이었다. 이후 완재정이라는 정자가 세워지며 당대 선비·학자들이 풍류를 즐기는 곳으로 발전했다.

1km 남짓한 위양지 둘레길을 따라 이팝나무와 소나무, 버드나무 그리고 팽나무가 즐비하다. 열과 성을 다해 잎을 피워낸 뒤 잠시 겨울잠에 든 나무의 모양새는 왠지 모를 쓸쓸함을 선사하기 마련이지만, 위양지의 그것은 사뭇 다르다. 구불구불 사방으로 뻗은 나무 사이로 귀한 겨울 햇살이 쏟아지고 연못은 당연한 일이라는 양 푸른 하늘을 온몸으로 받아낸다.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위양지. 사진=임익순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위양지. 사진=임익순
ESG여행 TIP
밀양시는 위양지 생태자원의 보전·관리와 지속가능한 ESG여행을 위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꽃구름 둥둥 위양생태마실’을 운영 한다. 위양지 산책·식생 탐사를 포함한 위양생태마실, 플리마켓·환경정화 등을 위한 위양마실장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E : 밀양강 자전거도로를 따라

두 다리를 제외하면 자전거만큼 친환경적인 교통수단도 없다. 밀양강부터 삼랑진까지 길게 쭉 뻗은 자전거길을 따라 힘차게 페달을 돌렸다. 갈대밭 너머 청둥오리·고니 등 철새가 우아한 자태로 군집을 이루고 자전거는 막힘없이 나아가니 그야말로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다.
밀양강 자전거 도로. 사진=임익순
밀양강 자전거 도로. 사진=임익순
ESG여행 TIP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용기내 챌린지’에 도전했다. 텀블러에 음료를 담고, 설탕 솔솔 뿌린 쫄깃한 꽈배기는 밀폐용기에 포장했다. 약 1시간의 자전거 여행에서 배출한 쓰레기는 종이 영수증 한 장에 불과했다. 밀양 내 대부분의 가게 및 시장은 다회용기 포장에 긍정적이다. 부끄러워 말고 ‘용기내’ 보시길!

S : 문화객가 사랑채, 120년 고택에서의 하루

전통 한옥 양식을 간직한 문화객가 사랑채. 사진=임익순
전통 한옥 양식을 간직한 문화객가 사랑채. 사진=임익순
숙박이 이뤄지는 손대식 고가는 전통 한옥 양식을 개축 없이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최소한의 리모델링으로 현대식 시설을 갖췄다. 얇은 창호지 너머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잠을 청했다. 약간의 불편함도 낭만이 되는 순간이었다.
문화객가 사랑채 내부에 놓인 고무신이 정겹다. 사진=임익순
문화객가 사랑채 내부에 놓인 고무신이 정겹다. 사진=임익순
ESG여행 TIP
밀양만큼 고택 종갓집을 활용한 전통체험 사업이 활성화된 지역도 드물다. 밀양 교동 향교마을 손씨 가문의 한옥은 문화재청과 밀양시가 후원하는 고택 종갓집 활용 사업지다. 매년 4~11월이면 숙박·한복·고추장 담그기·밥상 체험 등 고택과 어울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S : 자연을 담은 도예 체험, 밀양요

밀양요 김창욱 작가. 사진=임익순
밀양요 김창욱 작가. 사진=임익순
위양지에서 도보로 5분, 대한민국 다기명인 제11호인 김창욱 작가가 운영하는 도예 체험장 겸 차방 ‘밀양요’가 있다. 부산에서 밀양으로 온 지도 어언 20년이 넘었다. 강변에 몸을 웅크린 돌에 밀양의 풍경을 접합한 ‘자연으로부터’, 밀양 8경을 모티브로 한 다기 등 작품 곳곳에서 밀양의 향이 느껴진다.

“작가들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나름의 감성으로 표현을 확장해 나갑니다. 저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위양지가 눈앞에 있다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밀양의 모든 것이 담긴 다기와 디저트. 사진=임익순
밀양의 모든 것이 담긴 다기와 디저트. 사진=임익순
ESG여행 TIP
밀양요에서 쓰이는 다반·다관·다기 등 차 도구는 모두 김 작가가 직접 제작했다. 마당에서 키운 감으로 만든 디저트, 수제 녹차 양갱 등 차와 곁들인 메뉴에도 밀양의 자연이 담뿍 담겼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것들을 먼저 소비하는 작은 발걸음은 곧 ESG여행으로 귀결된다.

S : 클래식 음악만큼 깊어지는 전통주의 맛

바야흐로 지역 전통주의 시대. ‘밀양클래식술도가’만의 독특한 숙성 비법은 클래식 음악이다. 양조장을 가득 채운 웅장한 클래식에 맞춰 거품을 ‘퐁퐁’ 뿜으며 발효되는 전통주 향만으로도 술기운이 얼큰하게 오르는 듯했다. 양조장에 딸린 카페 표충로에서는 비빔밥·두부김치·파전 등 정갈한 음식과 함께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배현준 공장장은 “밀양탁주, 클래식 청주 등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고, 최근엔 스타워즈의 캐릭터 스톰트루퍼와 협업을 통해 ‘스톰 탁주’를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뚜껑·라벨을 장식한 스톰트루퍼 캐릭터와 상큼한 맛 덕에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젊은 층의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양조장에 딸린 카페 표충로에서 다채로운 안주와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사진=임익순
양조장에 딸린 카페 표충로에서 다채로운 안주와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사진=임익순
ESG여행 TIP
'어르신’의 술로 여겨졌던 전통주가 2030세대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시장도 세분화하고 있다. 밀양클래식술도가 역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밀양의 햅쌀 등을 이용해 다양한 전통주를 생산한다. 지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전통주의 매력을 밀양에서 찾았다.

S : 딸기부터 고추까지, 밀양 먹거리를 찾아

빨갛게 익은 딸기를 수확하는 농부들. 사진=임익순
빨갛게 익은 딸기를 수확하는 농부들. 사진=임익순
1943년 우리나라 최초로 재배를 시작한 밀양 딸기는 8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1943 밀양 딸 기마을’에서 3대째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이귀자 씨가 빨갛게 익은 설향 몇 개를 건넸다. 맑은 공기와 물, 풍부한 햇볕 덕에 단단한 과육과 꽉 찬 당도를 갖춰 최상급으로 거래되는 딸기다.

딸기가 전통의 효자 품목이라면 가지고추는 떠오르는 신(新)효자 농산물이다. 가지를 닮은 듯 보랏빛을 띠는 이 고추는 인도와 터키에서 재배하는 자색 고추를 품종 개량한 국내 고유 품종으로, ‘미인보라 풋고추’라 불린다. 색을 제외하고는 일반 고추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육질이 아삭하며 매운맛이 거의 없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다.
밀양 가지고추. 보랏빛 외관과 아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사진=임익순
밀양 가지고추. 보랏빛 외관과 아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사진=임익순
대를 이어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박광재 씨는 귀농 4년 차를 맞은 새내기 농부다. 경력은 길지 않지만, 밀양시 청년농업인4-H연합회에서 활동하며 전문 농업 기술을 익히는 등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고추 겉이 검다고 속도 검진 않죠. 맛보면 달라요.

ESG여행 TIP
밀양 딸기농장 곳곳에서는 매년 2월 전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딸기 따기 체험을 연다. 밀양시는 딸기 재배기술 향상을 위해 매년 수차례에 걸쳐 기술 교욱을 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인도네시아 수출에 성공하며 홍콩·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에 이어 새로운 수출 판로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