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민원을 이유로 레미콘 공장 설립 계획을 불승인했던 경남 고성군이 업체와 벌이던 소송을 포기하고 돌연 재판부 조정안을 받아들였다.
항소심 과정에서 군의 행정 절차적 과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군이 소송 포기에 이어 공장 설립 계획까지 승인하자 이를 반대해왔던 주민들은 군의 안이한 행정을 탓하며 반발한다.
5일 고성군에 따르면 군은 최근 거류면 신용리 일대 4천800㎡에 대한 레미콘 공장 설립 계획을 승인했다.
이곳은 통영시 광도면에 사업장을 둔 한 레미콘 업체가 이전을 위해 2021년 7월 사업계획서를 낸 곳이다.
당시 해당 부지와 인접한 마동·용동·초전마을 주민들은 반발했다.
사업지가 각 마을과 약 100∼15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소음과 분진 등 피해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공장에서 발생하는 오염수가 마을 하천으로 유입돼 굴, 미더덕 등 양식장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군은 2021년 9월 관련법에 따라 공장 설립 계획을 불승인했다.
토질조사를 반영한 설계 검토 부재, 국도 77호선 미완공에 따른 진출입 결정 애로·교통흐름 방해·사고 위험·종사자 주차시설 미반영, 지하수 고갈, 비산먼지·소음·진동, 수질오염, 주변 환경 부조화 등이 이유였다.
레미콘 업체는 곧장 승인 불가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고성군 처분이 합당하다며 업체 측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이어진 항소심에서 군의 과실이 드러나 분위기가 바뀌었다.
업체 측은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따라 공장설립계획 승인 불가 처분 시 업체에 20일 이내에 통보해야 하지만 군이 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이 기한을 어겼던 군은 절차상 하자가 명백해 패소가 확실시되자 재판부가 제시한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였다.
권고안은 군이 공장설립계획을 승인하면 업체는 소송을 취하하고, 소송 비용은 각자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레미콘 승인 불가를 기대했던 주민들은 반발한다.
한 주민은 "행정을 책임지는 군청이 소송을 진행하면서 처리 기한을 몰라 소송을 중단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민원을 다시 제기하든 행동에 나서야 할 판이다"고 말했다.
이에 군은 중소기업창업지원법상 한계를 지적하며 남은 허가 절차에 신중히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은 창업 지원이 핵심이다 보니 업종에 제한이 없어 이번처럼 주민 피해가 우려되는 레미콘 업체도 다 해당이 된다"며 "이런 업종은 주민 민원이 잦아 서류 보완 요청과 연관 부서 협의 등을 거쳐야 하는데 20일은 너무 짧은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설립 계획 승인은 서류상 문제가 없다는 것일 뿐 개발행위 허가나 건축허가 등 여러 인허가 사항은 부서별로 다시 받아야 한다"며 "면밀한 검토를 통해 관련 사항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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