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또 주인 바뀐 씨씨에스, 대주주 반대매매부터 무자본 M&A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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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는 씨씨에스

석달 새 최대주주 3번 변경

정치 테마에 이어 초전도체까지

대주주 반대매매 사태 한 달만에
차입 인수…자금 댄 아센디오·다보링크
/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최대주주가 석 달 새 세 번이나 바뀐 코스닥 상장사 씨씨에스가 자기 돈 한 푼 없이 기업을 인수하는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에게 이용되고 있단 지적이 나옵니다. 연초 대주주 지분 반대매매 사태로 무자본 M&A 시도가 실패한 데 이어 새 주인마저도 인수 자금을 외부에서 끌어오면서죠.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최근 유상증자를 납입하며 씨씨에스의 최대주주에 올라섰습니다. 작년 11월 씨씨에스를 인수했던 컨텐츠하우스210이 지난 1월 반대매매로 보유 지분을 모조리 잃은 지 한 달 만에 최대주주 변경입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최대주주가 세 번이나 변경됐습니다.

자기 자본 없이 대주주로 올라서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씨씨에스 유상증자 납입 자금 80억5000만원을 전부 외부에서 조달했습니다. 주로 상장사인 아센디오와 다보링크에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인수 자금을 끌어왔죠. 아센디오는 퀀텀포트의 45억원 규모의 CB를 양수하며 자금을 지원했고, 다보링크는 그린비티에스의 CB 20억원을 양수했습니다. 이들은 또 CB 만기나 조기상환 청구 때 상환금액의 절반을 씨씨에스 주식(주당 882원 책정)으로 지급한다는 특약도 걸었죠.

씨씨에스 새 주인에 자금을 지원한 아센디오와 다보링크 주가도 초전도체 테마를 타고 변동성을 키우고 있죠. 연초 700원대의 아센디오 주가는 2월 장중 230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11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보링크 주가도 연초 1000원대에서 2500원으로 점프했죠.

현재 아센디오와 다보링크는 CB 발행을 통해 각각 220억원, 150억원가량의 자금을 조달 중이죠. 나아가 이들은 각각 초전도체 관련 사업 목적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센디오와 다보링크는 큰돈 들이지 않고 초전도체 테마에 올라탔죠. 향후 씨씨에스 경영에 개입하거나 주식을 팔아 높은 차익을 챙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씨씨에스는 주당 3700원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무자본 M&A 구조…시세차익 가능성도

일각에선 아센디오와 다보링크가 씨씨에스 새 최대주주에 자금을 지원한 것을 두고 무자본 M&A 구조와 유사하단 지적이 나옵니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자기자본 없이 씨씨에스의 대주주로 올라섰기 때문이죠. 이 두 회사는 초전도체 연구자인 권영완 교수와 정평영 씨씨에스 대표가 소유한 비상장사죠.

물론 무자본 M&A는 자기자금이 아닌 차입자금을 이용해 기업을 인수하는 것으로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불법의 온상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우선 담보로 맡긴 주식이 반대매매 되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주가조작을 일삼을 수밖에 없죠. 또 자기 자본 없이 CB 발행 등으로 인수 자금을 마련했다면 주식 전환을 유도해야 합니다. 이때 전환가액보다 높은 주가를 유지해야 합니다.
[마켓PRO] 또 주인 바뀐 씨씨에스, 대주주 반대매매부터 무자본 M&A까지
자칫 수백억원의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하므로 때문에 회사 자금을 빼돌릴 유혹에 빠지기도 쉽습니다. 인수 주식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의 불공정거래도 많죠.

씨씨에스의 본업은 충북 지역의 종합유선방송입니다. 씨씨에스가 테마주로 주목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6년 반기문 테마주로 주목받았고, 주가조작을 통해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당시 실사주가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상장폐지 문턱까지 갔던 씨씨에스는 가까스로 살아났습니다.

반기문 정치 테마에 이어 초전도체까지

별 볼 일 없던 이 회사는 갑자기 초전도체 관련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컨텐츠하우스210이 최대주주로 오르면서 초전도체 신사업을 추가하면서죠. 컨텐츠하우스210은 2021년 5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설립된 업체로, 영상 제작과 광고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씨씨에스를 인수하자 권영완 고려대 교수와 김지훈 퀀텀에너지 전 리서치디렉터 등을 신규 이사로 선임했습니다. 사업 목적엔 상온 초전도체 등을 추가했죠.
[마켓PRO] 또 주인 바뀐 씨씨에스, 대주주 반대매매부터 무자본 M&A까지
이들은 남의 돈으로 초전도체 사업을 추진하려 했습니다. 씨씨에스 인수 계약 체결 하루 만에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 계획을 공시했고, 1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도 결정했습니다. 또 인수 잔금을 치르기 전 대부업체들로부터 주식담보 대출 160억원을 빌렸습니다.

하지만 컨텐츠하우스210은 지난 1월 반대매매로 지분을 모두 잃게 됐습니다. 대부업체에서 씨씨에스 주식을 담보로 인수자금을 끌어온 것이 화근이 됐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토부)가 새 최대주주가 방송사업자로 적합하지 않단 판단에 씨씨에스 주가가 급락, 이 여파로 담보물로 제공된 대주주의 지분이 반대매매된 것이죠. 방송법상 씨씨에스의 최다액출자자(최대주주)가 되고자 하는 자는 과기정통부로부터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을 얻어야 합니다.

새 대주주의 과기정통부의 승인 여부도 중요합니다. 과기정통부는 새로운 최대주주가 공공재인 방송사를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합니다. 승인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최대주주의 성격에 따라 조건을 부여하는 등 방송사가 적절하게 운영되는지 엄격하게 관리하죠. 만약 새 최대주주가 방송사업자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또다시 최대주주 원상복구 명령이 내리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초전도체 신사업은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