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조사하면서 피해자 의견 들었는데…과태료 내라네요"
A씨는 인사부서에서 일한 지 올해로 4년차입니다. 작년에 사내 1호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사건을 처리하게 되었는데 사건을 처리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괴롭힘 없는 행복한 일터를 꿈꾸는 A씨는 사건 처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라고 생각했고, 특히 절차적 공정성은 사건의 당사자들이 결과를 수용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신념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괴롭힘 피해 사실이 확인되어 그에 따른 당사자들에 대한 조치까지 잘 마무리됐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노동청으로부터 공문을 받았습니다. 당시 사건의 피해자가 회사가 행위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기 전에 피해자인 자신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고, 법 위반 소지가 있으니 조사를 해달라고 한 것입니다. 그야말로 진정성을 갖고 처리한 사건이었는데 자신의 잘못으로 회사에 누를 끼친 것 같고, 피해자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 괴롭습니다.

◆징계조치 전 의견청취 절차 이행해야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에서는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조치하기 전 피해자의 의견을 청취할 의무를 사용자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조사 과정에서 의견을 청취하기도 하고, 괴롭힘 성립 여부를 심의하는 심의 단계 또는 인사위원회에 직접 출석하여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이때 의견 청취의 대상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의 조치 내용에 관한 의견입니다.

피해자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법이 강제하고 있는 취지는 우선 회사의 조치 결정에 대하여 행위자와는 달리 피해자에게는 실효적인 불복의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괴롭힘 피해자는 사건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에 대한 처분 권한이 회사에 있으므로 그 권한이 있는 사용자는 적절한 징계 양정과 필요한 제반의 조치를 결정할 때 괴롭힘 예방 및 근절의 목적과 피해를 경험한 구성원의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를 다각도에서 충분히 검토하여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피해자의 의견을 모두,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피해자의 선택에 필요한 정보 제공해야

법원은 성희롱 행위자가 행위를 인정하고 사직서를 제출하여 결국 징계 절차 없이 사직으로 마무리되었던 사건에 있어서, 실제로는 행위자가 가해 사실을 부인하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자 회사가 사직을 유도하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이에 대한 책임을 회사에 물었던 민사소송에서 피해자 의견 청취 절차의 취지에 대하여 판시한 바 있습니다.

당시 피해자는 관련 사실들에 대하여 알았더라면 사직에 동의하지 않고 다른 절차를 찾았을 것이고 주장하였습니다. 1심에서는 사후 처리 절차의 원칙과 방향성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 피해자 역시 책임감 있는 자세와 일관성 있는 대응이 요구되며, 모든 절차는 피해자의 동의하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2심에서는 피해자 의견 청취 절차를 불성실하게 이행한 것을 이유로 300만원의 손해배상을 명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3. 8. 10. 선고2022나45458 판결). 핵심적인 이유는 회사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여 피해자의 올바른 결정을 도와야 한다는 확장된 취지의 해석이었습니다.

물론 이는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이며 사안의 특수한 사정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고충 사건 처리 절차가 대동소이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 절차에서의 피해자 의견 청취 조항의 취지 역시 보다 확장된 의무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또한 실무적으로는 위반 시 과태료 처분이 내려지는 해당 조항이므로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시 회사가 배상 책임을 질 수 있으므로 담당자들은 부담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실무적으로는 조사 과정에서의 의견 청취와 피해 사실이 확인된 이후의 의견 청취는 그 목적과 취지에서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조사 과정에서의 의견 청취가 제5항의 의견 청취 절차를 갈음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조사자가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 등에게 요구 사항 및 의견을 물었다하더라도 담당자는 행위자에 대한 조치 결정 전에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 인사위원회에 보고하거나 직접 출석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한편 피해자가 최선의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 하에서도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의 비밀누설금지 위반의 소지가 없는 선에서의 정보를 제공해야 하므로 제공할 정보의 범위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박윤진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