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상생을 위하여!" 복리후생 막 늘렸다간…
최근 MZ세대들 사이에서는 임금이나 근로시간도 중요하지만 해당 기업에 복리후생제도가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도 기업 선택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복리후생제도에 많이 투자하고 있으며, 실제로 복리후생제도가 잘 설계되어 있는 기업은 직원들의 직장생활 만족도가 올라가고 조직몰입이 높아져서 이직이 줄어들고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복리후생제도의 도입이나 변경에는 여러 법적인 리스크가 수반될 수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글에서는 주로 노동법적인 관점에서 복리후생제도의 도입이나 변경 시에 고려해야 하는 점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통상적으로 복리후생제도라 함은 임금·근로시간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제외한 기업의 부담 하에 근로자에게 제공되는 각종 편익을 의미한다. 사실 ‘복리후생’이라는 표현은 법인세법이나 소득세법에서 사용되는 세법상의 용어이고, 근로복지기본법에서는 ‘근로복지’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관행에 따라 ‘복리후생’이라는 용어로 통일하여 사용하도록 하겠다.

복리후생제도의 도입 등과 관련하여 우선 유념하여야 할 사항은 복리후생제도는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등에서는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이라고 표현하여 복리후생은 근로조건이 아닌 것처럼 오해를 주고 있으나, 판례에 따르면 복리후생 역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복리후생의 축소는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복리후생을 변경할 때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어떠한 근거규정이 없는 회사의 시혜적인 복리후생제도라면 근로조건이 아니라고 판단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단순히 근거규정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근로조건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법원은 복리후생제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면 이를 노사관행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변경 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에 의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현금성 복리후생제도는 임금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때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은 복리후생 목적의 금품은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나, 법원은 복리후생적 금품이라도 모든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것이라면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왔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문제가 되었던 것은 선택적 복지제도를 시행하면서 배정한 복지포인트가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사용자가 선택적 복지제도를 시행하면서 직원 전용 온라인 쇼핑사이트에서 물품을 구매하는 방식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복지포인트를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근거하여 근로자들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배정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복지포인트는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9. 8. 22. 선고 2016다48785 판결). 따라서 현금성 복지후생제도보다는 선택적 복지제도의 복지포인트 등을 이용하는 것이 추후 법적 분쟁을 예방하는 길로 생각된다.

셋째로 복리후생제도를 설계할 때에는 단시간, 기간제 근로자나 파견근로자 등 비정규직에게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 기간제법이나 파견법에서는 복리후생제도에 있어서 단시간, 기간제 근로자나 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복리후생에 관한 사항은 합리적인 이유로 삼을 수 있는 근속기간, 경력, 업무실적, 업무 난이도, 업무량, 책임 범위에 따라 구분해 지원할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복리후생제도에 관한 차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차별적 처우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으로 복리후생비에 관한 사항을 정한 경우에는 이를 위반하여 지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복리후생비의 경우 단체협약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금품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근로자를 위해 노동조합에 지급해야 할 복리후생비, 통화로 환가할 수 있는 근무비용도 포함된다. 단체협약의 규정에 의해 사용자가 직원 및 그 가족에게 지원하는 의료비 지원범위나 규모를 사용자가 임의로 축소하는 것 역시 단체협약 위반에 해당한다.

직원들을 위해 복리후생제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은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 법은 복리후생제도의 축소나 폐지에 대하여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근로자들의 협조 없이는 복리후생제도를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 나아가 복리후생 목적의 금품도 임금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복리후생제도의 확대가 경우에 따라서는 기본급 인상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므로 복리후생제도를 확대하기에 앞서 해당 복리후생제도에 대한 예산 뿐만 아니라 법적 리스크 역시 충분히 분석되어야 할 것이다.

김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