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초 재학생·교사 환영 속 첫 등교…"정성으로 보살피겠습니다"
작은 학교들 '신입생 모시기' 어려움…지역사회와 폐교 막기 안간힘

"우리 학교는 비록 작지만,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가르치고 정성껏 보살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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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보물처럼 귀해요" 강원 탄광지 초등학교 나홀로 입학식
2024학년도 새 학기를 시작한 4일 강원 태백초등학교에서 신입생을 맞이한 이성우 교장은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전교생을 향해 환영사를 말했다.

엄마 손을 잡고 학교에 도착한 이원준(7)군은 조금 긴장한 모습으로 입학식이 열리는 다목적실로 들어섰다.

이 학교는 오늘 나 홀로 입학식을 열었다.

신입생이 1명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담임선생님과 선배 누나, 형들은 1학년이 된 이군에게 꽃다발과 선물을 건네며 입학을 축하했다.

이군은 부끄러운 듯 엄마 손을 잡고 고개를 숙이며 귀여운 미소를 연신 지었다.

입학식이 끝나고 교장선생님과 전교생은 준비한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막내의 첫 등교를 환대했다.

나 홀로 입학식을 준비하는 선생님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걱정이 자리하고 있다.

이 학교는 올해 전교생이 27명이다.

지난해에는 35명으로 학년마다 1학급을 유지했지만, 올해는 1·3학년 학급을 통합해 복식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르포] "보물처럼 귀해요" 강원 탄광지 초등학교 나홀로 입학식
이는 강원 시골 마을 소규모 학교 대다수가 겪는 어려움이다.

시골 동네에 갓난아이 울음소리는 뚝 끊겼고, 귀농인 대부분은 고령자로 신입생과 전학생 모시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결국 특성 있는 교육과정·방과 후 프로그램 운영으로 도심에서 신입생을 끌어와야 하는데 먼 곳으로 자녀를 보내도록 학부모 마음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태백초 역시 어린이 모시기에 애썼지만, 올해 신입생은 1명에 그쳤다.

이성우 교장은 "폐교는 마을 공동화를 불러오기 때문에 어떻게든 학교를 지켜내는 것이 숙제"라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돌며 학교의 장점을 알려 신입생을 모셔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관호 동문회장 역시 "어떻게든 폐교는 막고자 동문회가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며 "올해 장성광업소까지 폐광한다면 지역 인구 유출이 더 빨라질 것이기에 어려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태백초를 포함해 도내 학교 곳곳에 영향을 끼쳤다.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교 40여곳이 올해 신입생을 받지 못했거나 1명만 받았다.

도내 초등학교 학급 수는 지난해보다 90개 줄었고 학생 수도 같은 기간 6만9천388명에서 6만6천49명으로 3천339명이 감소했다.
[르포] "보물처럼 귀해요" 강원 탄광지 초등학교 나홀로 입학식
도내 학생 수 감소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강원도교육청 작성한 '2024∼2028학년도 중장기 학생 추계'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등학생 수는 지난해 14만6천274명에서 올해 14만2천981명으로 1년 동안 3천293명(2.25%) 감소했다.

이는 재작년 전망한 감소 학생 수 1천82명(0.73%)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지난 1년 사이 학령인구 감소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추계를 보면 5년 뒤 중·고등학생 수는 2천302명 줄어들지만, 같은 기간 초등학생 수는 1만3천428명 감소한다.

특히 2027년에는 초등학생 수가 5만9천93명까지 떨어져 6만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측했다.

도교육청은 학령인구를 늘리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학급당 학생 수를 사회적 요구에 맞춰 적정 수준으로 편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이 느끼는 교육의 질을 높일 계획이지만, 충분한 교원 수급과 시설 여건 마련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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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학생 수 감소에 따라 교사 정원과 신규 임용 채용 규모가 줄어들고 있어 계획을 현실화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교육 특례 제정을 통한 추가 교사 정원 확대, 농촌 유학 활성화, 강원형 자율학교 확대 등을 추진해 학생 유출을 막고 교육을 통한 정주 인구 확대를 꾀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수 감소 현상이 이어짐에 따라 학급 정원 축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강원특별자치도처럼 특수한 지역은 상황을 고려한 교원 수급 정책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