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칼립투스 스피커, 흑단 턴테이블…오직 나무만이 만드는 위대한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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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코난의 맛있는 오디오
쇼팽의 녹턴 그리고 24개 플레류드가 다시 태어났다. 피아니스트 앨리스 사라 오트와 일렉트로닉 뮤지션 올라퍼 아르날즈가 함께한 쇼팽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쇼팽을 만났다. 올라퍼 아르날즈의 고향 아이슬란드의 어느 콘서트 홀에서 자유롭게 녹음된 그들의 쇼팽 프로젝트는 재편집과 독창적인 믹싱으로 쇼팽의 음악에 새로운 음악적 영혼을 불어넣었다. 핑크 플로이드에게 알란 파슨스가 그랬듯, 쇼팽은 해체되고 다시 융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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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 농공대학의 한 박사는 목재에 포함된 화학물질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고 테네시 대학 나이테 전문가는 나무의 나이테에 영향을 끼진 기후를 연역적으로 추론해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스트라디바리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특수한 기후 덕분에 생성된 특별한 구조와 그로 인한 독보적인 공명이 그 이유인 것으로 잠정적 결론이 났다. 이것이 정말 가장 정확한 결론인지는 나로선 확신하기 힘들다. 하지만 인공적으로 만들어내기 매우 힘든 자연의 힘이 이런 소리로 귀결되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잠에서 깬 봄 어느 날 저녁, 녹음이 우거진 뒷산으로 걸어 나갔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생명들 그리고 나무 사이에서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소나무, 밤나무, 감나무. 온갖 나무들 사이를 돌아오며 생긴 공명이 바람에 실려 귓전을 아스라이 지나친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의 삶은 온갖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었고 나무가 주는 과일과 나무가 주는 그늘, 그리고 소리 사이에서 살았던 나날들이었다. 국제 해양법엔 ‘사람이 살지 않고 물과 나무가 없으면 무인도’라고 했다. 사람이 사는 곳엔 물과 나무가 있었다.
목재는 악기에도 자주 사용되지만 오디오 관련 기기에서도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 이유가 있다. 지금은 현대 하이엔드로 오면서 진동을 억제하기 위해 알루미늄, 카본 등 다양한 소재를 인클로저로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목재가 대세다. 특히 턴테이블이나 카트리지 그리고 톤암 등에서 목재는 여전히 뛰어난 소재로 활용된다. 스피커로 가면 그 종류도 다양해서 MDF, HDF를 넘어서 자작나무나 아프리카 흑단도 활용된다. 몇 년 전엔 어느 스피커 메이커에서 코알라의 주식으로 알려진 유칼립투스를 표면 마감으로 활용한 적도 있다.
아날로그 장비 쪽으로 가면 카트리지 바디에 목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예전에 한 번 데논 DL-103이라는 MC 카트리지를 여러 번 사용했던 적이 있다. 일본의 데논에서 NHK와 공동 개발해 탄생한 카트리지로서 일명 MC 카트리지의 표준이라고 불리는 모델이다. 하지만 평탄한 사운드는 이내 질려버리곤 했다. 그 때 신박한 아이디어로 이 카트리지에 새로운 음악성을 부여해주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원래 씌워진 싸구려 플라스틱 케이스를 걷어내고 아프리카에서 자란 나무를 가공해서 만든 음핑고(아프리카 흑단 나무) 바디를 씌우는 것이다. 다부진 만듦새와 온기가 느껴지는 음핑고 바디의 촉감과 색감은 소리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실제로 벤츠 마이크로 같은 경우 하위 모델은 플라스틱 바디를 사용하지만 상위 모델로 가면 흑단을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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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런 자연적인 것이 가장 인간적인 맛을 내면서 인간의 음악을 더 음악답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나는 여전히 나무로 만든 오디오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