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 보러 새벽 3시 반부터 대기·일주일째 '오픈런' 한 팬도
마냥 행복한 푸바오의 '먹방' 취재에 외신 등 취재진 수십명 몰려

국내에서 태어난 '1호'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3일 마지막으로 팬들을 만났다.

[르포] "덕분에 행복했어"…판다월드 푸바오의 마지막 출근길
이날 오전 9시 30분 판다월드 방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푸바오는 출근길 근무지를 점검이라도 하는 듯 마당을 잠시 돌아다니다가 곧장 평상으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푸바오는 사육사들이 팬들과의 마지막 만남을 기념해 평상 위에 가져다놓은 바오패밀리 대나무 인형에 관심이 가는 듯 이내 코를 가져대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인형을 몸에 비비며 평상 위를 데굴데굴 구르는 모습은 평소와 다름없는 '무념무상' 푸바오의 모습이었다.

이어 푸바오는 대나무 줄기 옆에 자리를 딱 잡고는 본격적인 '먹방쇼'를 시작했다.

대나무 밑동 껍질을 이빨로 뜯어내 '아그작' 씹어 먹고는 푸른 잎사귀 쪽으로 입을 가져다 대고 만족한 듯 두 눈을 질끈 감고 대나무 식사를 만끽했다.

[르포] "덕분에 행복했어"…판다월드 푸바오의 마지막 출근길
푸바오의 '마지막 출근길' 취재를 위해 현장에 몰린 취재진 30여 명은 본격 먹방에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취재 행렬에는 국내 취재진은 물론 영국 로이터와 중국 CCTV 등 외신도 다수 포함돼 푸바오의 국제적인 관심을 실감 나게 했다.

송영관 사육사는 취재진에 "3월 3일은 러바오와 아이바오가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날이라 의미가 있다"며 "푸바오가 태어나고 오늘로 1천322일이 됐는데 그동안 여정을 함께 해줘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강철원 사육사도 "어제 푸바오가 놀던 실내 방사장에서 가만히 앉아서 '이제 푸바오가 더 이상 이곳에서 플레이 봉을 타지 못하겠구나'하고 생각하니 뭉클해졌다"며 "저의 첫정이기도 한 이 친구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르포] "덕분에 행복했어"…판다월드 푸바오의 마지막 출근길
이날 에버랜드 입장객들은 푸바오를 보기 위해 새벽 3시 반부터 정문 앞에서 진을 쳤다.

오전 10시 개장 직후엔 정문에서 판다월드로 전력 질주하는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

푸바오를 배웅하기 위해 일주일째 '오픈런'을 하고 있다는 직장인 김진영(43)씨는 "푸바오가 하는 행동이 귀엽고 가끔은 엉뚱하기도 해 빠져들게 된 것 같다"며 "올해 6월에 직장 일로 중국 베이징에 가게 되는데 푸바오가 지낼 쓰촨성에 들러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남 아산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해 5시에 도착했다는 30대 자매는 "푸바오를 보려고 일찍 왔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다"며 "푸바오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이렇게 달려왔다"고 했다.

[르포] "덕분에 행복했어"…판다월드 푸바오의 마지막 출근길
2021년 1월 4일 처음으로 관람객들을 만난 푸바오는 1천154일 만인 이날을 마지막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는 '자이언트 판다 보호연구 협약'에 따라 만 4세가 되기 전에 짝을 찾아 중국으로 옮겨지며 푸바오는 내달 3일 중국으로 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푸바오는 한 달간 판다월드 내실에서 비공개 상태로 건강·검역 관리를 받고, 이송 케이지 적응 등 이동 준비에 들어가게 된다.

중국으로 이동하는 항공편에는 '푸바오 할부지' 강 사육사가 동행할 예정이다.

정동희 동물원장은 "중국 판다 전문가들과의 협의를 통해 푸바오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에버랜드는 푸바오를 '직관'할 수 없는 4일부터는 팬들을 위한 특별 영상 상영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푸바오 시점에서 사육사와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25분 분량의 이 영상은 매일 2차례 에버랜드 실내극장에서 상영된다.

아울러 에버랜드는 푸바오가 중국으로 출발하는 내달 3일 팬들과 함께 배웅하는 환송 행사도 검토하고 있다.

푸바오는 2016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 도모의 상징으로 보내온 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2020년 7월 20일 태어났다.

태어날 당시 몸무게가 197g에 불과했던 푸바오는 엄마 아이바오와 사육사들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 지금은 몸무게 100kg이 넘는 건강한 판다로 성장했다.

그간 에버랜드에서 생활하면서 '용인 푸씨'나 '푸공주', '푸뚠뚠' 등 애칭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