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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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날마다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세금은 퇴직금에도 어김없이 따라온다. 하지만 세금은 아는 만큼 아끼는 법. 퇴직금을 중간에 정산받았던 직장인이라면 세금을 줄일 방법이 있다.

퇴직금 중간정산 받았다면 세금 계산 어떻게 할까

3일 국세청에 따르면 퇴직자는 2018년 283만885명에서 2022년 326만9580명으로 4년간 15.5% 늘었다. 경기 부진에 베이비부머 세대가 대거 은퇴 연령에 들어서면서 퇴직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퇴직자가 늘면서 퇴직금에 붙는 ‘퇴직소득세’도 덩달아 늘고 있다. 국세청에 신고된 퇴직소득세는 2018년 1조4264억원에서 2022년 1조6846억원으로 18.1% 증가했다.

퇴직금을 꼭 은퇴할 때만 받는 것은 아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목돈이 필요해 미리 퇴직금을 정산받은 경우도 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택이 없는 근로자가 본인 명의로 집을 살 때나 주거 목적으로 전세금 또는 보증금을 부담할 때 근로자는 퇴직금 중간 정산을 요구할 수 있다. 근로자나 배우자, 또는 근로자 부부와 생계를 같이하는 부양가족이 질병 또는 부상으로 6개월 이상 요양할 때도 중간 정산을 할 수 있다. 임금피크제로 급여가 줄어들 때, 근로자가 중간 정산 신청일로부터 과거 5년 이내에 파산선고를 받거나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을 때도 퇴직금 일부를 미리 당겨 받을 수 있다.

이처럼 퇴직금을 미리 정산해 지급받은 후 은퇴하면 퇴직금을 실제 받을 때 불리해질 수 있다. 퇴직소득세는 근무 기간이 길수록 세금이 희석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퇴직금 중간 정산 이력이 있으면 퇴직소득세 계산 시 ‘계속근로기간’을 정산 기점부터 새로 계산하게 된다.

한 직장에서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30년간 근무한 근로자 A씨를 예로 들어 보자. A씨의 근속연수 기간은 30년이다. 그러나 A씨가 15년 차인 2008년 주택을 구입하면서 퇴직금을 정산받았다면, 지난해 은퇴하면서 받은 잔여 퇴직금의 근속연수는 15년(2009년~2023년)으로 줄어든다.

퇴직소득 특례 활용했더니 세금 절반으로 '뚝'

이런 상황에 활용할 수 있는 절세 방법은 ‘퇴직소득 세액정산 특례’다. 퇴직소득 세액정산 특례는 퇴직급여를 중간에 정산받은 이력이 있을 때 중간 정산일 이후부터 최종 퇴직일을 근무 기간으로 적용하지 않고 중간 정산 기간과 금액을 포함해 세액계산을 하는 방식으로 세금 계산을 할 수 있다. 만일 정산일 이후부터 최종 퇴직일까지 근무기간으로 계산하는 세금이 유리하다면 이런 방식을 선택해도 된다.

A씨는 특례 제도를 활용하면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원종훈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장(세무사)이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A씨가 1994년 1월 1일 입사해 15년 차인 2008년 퇴직금 1억원을 중간 정산받고 지난해 은퇴하면서 나머지 퇴직금 2억원을 받았다면 원칙적으로 A씨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퇴직소득세로 1161만6000원을 내야 했다. 그런데 A씨가 퇴직소득 세액정산 특례 제도를 활용하면 퇴직소득세가 589만8750원으로 줄어든다. 원래 내야 했던 세금보다 571만7250원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결과는 공제금액 등 기타 고려사항을 모두 0원으로 가정한 것으로, 실제 내야 하는 세금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제도를 모르고 세금을 더 내는 직장인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함석환 세무사는 “특례 제도는 어디까지나 ‘옵션’으로, 강제 적용 규정이 아니다”며 “널리 알려진 제도가 아니다 보니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고 세금을 더 내는 납세자가 종종 있다”고 했다.

퇴직을 앞둔 근로자가 특례 제도를 활용하려면 퇴직소득세 신고 전 회사의 퇴직금 담당 부서에 신청해야 한다. 근로자는 회사가 과거에 지급한 퇴직금에 대한 ‘퇴직소득원천징수영수증’도 갖고 있어야 한다. 회사에서 발급해주지 않으면 본인이 거주하는 곳의 관할 세무서에서 받을 수 있다. 은퇴 이후 특례 제도를 알게 됐다면 관할 세무서에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