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대표적 반(反)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장례식이 그가 사망한 지 2주 만인 1일 모스크바 마리노지구 우톨리 모야 페찰리 교회에서 엄수됐다. 교회 인근에는 나발니를 추모하기 위해 수천 명이 모였다. 추모객들이 나발니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를 향해 꽃을 던지며 애도하고 있다.
미국이 ‘핵무장’을 한 여러 적국과 동시에 전쟁을 치를 위험이 있다고 미국 전략사령부 사령관이 경고했다.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간 군사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현 상황이 국제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판단이다.앤서니 코튼 전략사령관은 29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첫머리발언에서 “지금 미국이 마주한 도전은 과거에 경험한 그 어떤 것과도 다르다”며 “우리는 우리와 비슷한 핵 역량을 지닌 두 국가, 러시아 중국과 맞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현실에 북한의 미사일 개발, 이란의 핵 야망, 북한과 이란의 관계 강화를 결합하면 우리의 전략적 셈법이 여러 단계 더 복잡해진다”고 덧붙였다.코튼 사령관은 러시아와 북한의 ‘거래 관계’도 언급했다. 그는 “이 관계가 실제로 어떤 것인지, 북한이 러시아와의 새로운 관계를 통해 무엇을 얻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별도로 제출한 서면 의견을 통해서는 북한이 기동 가능한 단거리, 중거리, 대륙 간 핵 역량을 개발 및 배치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동맹국들을 위험하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핵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핵실험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봤다.스티븐 와이팅 미국 우주사령부 사령관은 북한의 우주 역량에 대해 “북한은 우리의 우주 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전자기전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고 밝혔다.와이팅 사령관은 서면 의견에서 “이란과 북한은 아군의 우주 기반 통신과 항법 역량을 위협하는 지상 기반 전자전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했다”며 “북한은 미사일과 위성 발사를 자주 실패했음에도 대량의 미사일 발사를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했고, 우주 영역에서 지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사이버 및 전자전 무기를 갖췄다”고 했다.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러시아군이 10여 년 전 중국의 침략에 대비한 핵 공격 시나리오를 검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FT가 입수한 러시아군 내부 문서에 따르면 러시아 동부 지역을 관할하는 부대는 중국의 침공을 가정한 여러 개전 시나리오를 훈련했다. 이 문서에는 “‘북부 연방’(러시아)은 ‘남부’(중국)의 북진을 막기 위해 전략적 핵 공격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해당 문서는 2008~2014년 사이 작성된 29개 기밀 자료 중 하나다. 러시아와 중국이 선제 핵 공격 금지가 포함된 우호협력조약을 맺은 이후의 행보라는 얘기다. FT는 “러시아 고위 안보 라인 내에 중국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의 윌리엄 알버크 전략·기술·군축 담당 디렉터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군의 중심은 (우크라이나와 근접한) 서쪽으로 옮겨 갔지만, 러시아군은 중국과 국경을 맞댄 극동 지역에서도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 훈련을 계속해 왔다”며 “이 미사일들의 사거리는 중국까지만”이라고 짚었다. 그는 “러시아는 자국이 (우크라이나에) 주의를 빼앗긴 틈을 타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결과를 중국이 바라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양국 정부는 일제히 반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대변인은 “핵무기 사용 기준은 군 교리에 명시돼 있으며, 절대적으로 투명하다”면서 해당 문서들의 “진위가 강하게 의심된다”고 반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로 수세에 몰린 러시아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을’의 위치에 놓이게 됐다는 평가다. 중국 외교부 역시 “중러 우호협력조약은 양국 간 영원한 우정과 비(非)적대 관계를 법적으로 확립했다”며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위협론이 낄 자리는 없다”고 했다.러시아군은 중국 대응 시나리오와 별개로 해당 문서에서 △적의 중대한 공격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막지 못하게 된 상황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가해지는 상황 등을 핵 공격 사용 기준으로 제시했다. 세부 기준으로는 전략 탄도 미사일 잠수함의 20%, 핵 추진 잠수함의 30%, 순양함 3대 이상, 비행장 3곳이 파괴되거나 해안 지역을 포함한 주요 군 거점 지휘센터가 치명적인 공격을 받은 경우 등이 명시됐다.이밖에 러시아군은 분쟁 확대 억제, 공격 억제, 해군 전력 효율화 등 더욱 광범위한 목적을 위해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러시아의 핵 대응 ‘허들’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독일 싱크탱크 카네기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재래식 수단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경우 핵 작전 사용에 대한 임곗값이 매우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했다.미국은 러시아가 최소 20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현대식 전술핵 탄두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투하된 것보다 훨씬 더 큰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