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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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에서 대만 TSMC의 위상은 ‘넘사벽’이다. 작년 3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은 57.9%로 ‘넘버2’인 삼성전자(12.4%)를 압도한다. 삼성이 5년 전부터 ‘타도 TSMC’를 내걸고 파운드리 사업에 힘을 줘도 이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그런 삼성에 큼지막한 시장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자체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에 나서면서 TSMC에 집중된 파운드리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SNS 기업 메타가 그런 뜻을 29일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TSMC 의존도가 너무 높다”며 삼성과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커지는 TSMC 의존도

저커버그의 발언엔 전 세계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 녹아 있다는 분석이다. TSMC는 1987년 설립 후 파운드리 한 우물만 팠다. 온갖 노하우가 쌓이다 보니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 비율)은 경쟁사보다 20%포인트 이상 높고 칩 성능도 1.5배 이상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 엔비디아조차 TSMC에 칩 생산을 맡기려고 줄을 서는 이유다.
저커버그 "TSMC 의존도 너무 높다"…'파운드리 2등' 삼성에 볕드나
빅테크들이 자체 AI 칩 설계에 나서면서 TSMC의 힘은 더 세지고 있다. 웃돈을 얹어줘야 제때 원하는 물량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빅테크들이 ‘TSMC 대안 찾기’에 나선 이유다. 업계에선 1순위로 삼성전자를 꼽는다. 매년 15조~20조원가량을 파운드리에 투자한 덕분에 회로 폭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과 관련해선 TSMC에 밀리지 않는 기술을 갖추게 돼서다.

실제 공급망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 ‘복수 파운드리’를 선택하는 팹리스가 늘면서 삼성전자에도 기회가 생기고 있다. TSMC에 모든 물량을 맡기지 않고 절반은 삼성전자에 맡기거나 최첨단 A칩은 TSMC, 바로 전 세대의 B칩은 삼성전자에 생산을 위탁하는 식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통신칩 팹리스 퀄컴도 이 같은 ‘복수 파운드리 선정’ 전략을 활용해 삼성전자에 물량을 주고 있다. 저커버그 CEO의 이날 발언도 복수의 파운드리에 칩 생산을 맡기는 전략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파운드리 고객사 늘리는 인텔

저커버그 CEO가 삼성전자와의 파운드리 협업을 시사하면서 “삼성전자가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메타 관련 수주 성과를 지렛대 삼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바이두, 알리바바 등 AI 반도체 개발에 뛰어든 대형 테크기업을 유치할 수 있어서다.

신중론도 있다. ‘반도체 제국’으로 불리는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한 영향이 크다. 인텔은 올해 2㎚, 1.8㎚ 공정을 시작하고 2027년엔 1.4㎚ 공정에서 고객 칩을 본격적으로 양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MS 같은 미국 고객사는 최근 6조원 넘는 AI 칩 생산 물량을 인텔 파운드리에 밀어줬다. 첨단 공정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도 수율을 정상 수준(약 70%)까지 빠르게 못 올리는 것도 삼성전자가 개선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황정수/도병욱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