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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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지난해 사상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매출도 증가율 두 자릿수를 이어가며 30조원 고지를 넘어섰다. 그동안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면서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높여온 쿠팡이 '계획된 적자'를 끝내고 이익 성장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적자를 감수하고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을 쓴 쿠팡은 "이러한 방식으로 버틸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도 자아냈는데, 지난해 첫 연간 흑자라는 '결과'를 내놨다. 다만 최근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작년 영업익 6174억…첫 연간 흑자

사진=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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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2010년 8월 창립 후 첫 연간 흑자를 거뒀다.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 1305원41전 기준으로 매출은 31조8298억원, 영업이익은 6174억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인 쿠팡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4억7300만달러(약 6174억원)로 첫 영업흑자를 냈다고 2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4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지난해 매출은 243억8300만달러(약 31조8298억원)로 전년(205억8300만달러)보다 18%(원화 기준 20%) 증가해 원화 기준 30조원 고지를 넘어섰다.

2021년 1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냈던 쿠팡은 2022년부터 분기 흑자를 내며 연간 흑자 달성 토대를 마련했다. 2022년 3분기 첫 분기 영업흑자(1037억원)를 기록한 후 6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고, 첫 연 단위 흑자전환 달성에 성공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작년 4분기 매출은 65억6100만달러(평균 원·달러 환율 1319원24전 기준 약 8조6555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23%(원화 기준 20%) 증가했다. 4분기 영업익도 1억3000만달러(약 1715억원)로 57%(원화 기준 51%) 급증했다.

쿠팡 찾는 소비자 늘었다…활성고객·멤버십 역대 최대

사진=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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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소비가 위축됐지만 쿠팡을 찾는 소비자는 한층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분기에 제품을 한 번이라도 구입한 활성고객 수와 유료멤버십인 '와우 멤버십' 인원 모두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가격 및 배송 경쟁력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할인 등을 내세워 충성고객을 확보한 결과로 풀이된다.

쿠팡의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활성고객 수는 2100만명으로 1년 전(1811만5000명)보다 16% 뛰었다. 이는 최근 2년간 가장 높은 분기 고객증가율이다. 분기별 고객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1분기 5%에서 2분기 10%, 4분기 16%로 가팔라졌다.

월정액 요금을 내고 ‘로켓배송’(익일 배송)과 온라인동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배달앱 쿠팡이츠 할인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와우 멤버십 회원은 1년 사이 27% 늘어난 1400만명을 기록했다.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와우 멤버십이 회원들에게 엄청난 가치를 제공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고객 1인당 씀씀이도 1년 사이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 1인당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 오른 41만1600원(312달러)으로 집계됐다. 특히 각 연도의 고객집단이 다음해 지출을 평균 15% 늘리는 경향도 나타났다. 창업자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가장 오래된 코호트(고객 집단)을 포함해 모든 연간 코호트 지출은 15%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대만 잠재력 입증…파페치 스스로 자금 조달"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당시 모습. 사진=쿠팡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당시 모습. 사진=쿠팡
쿠팡은 지난해 핵심사업인 제품 커머스 부문과 성장사업 모두 고성장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우선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마켓플레이스·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판매자 로켓배송) 등 제품 커머스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235억9400만달러(약 30조7998억원)으로 전년보다 18%(원화 기준 19%) 증가했다.

김 의장은 "가장 규모가 크고 잘 자리잡은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 수익성 확대에 힘입어 올해 기록적인 순이익과 잉여 현금 흐름을 창했고, 조정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7%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쿠팡이츠·대만·쿠팡페이·쿠팡플레이·쿠팡페이 등 성장사업 분야 매출은 26%(원화 기준 27%) 늘어난 7억8900만달러(약 1조299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로켓배송과 해외 직접구매 서비스 '로켓직구'를 운영 중인 신규 시장 대만에 거는 기대가 크다. 김 의장은 "2022년 10월 대만 로켓(배송) 론칭 후 현지 고객과 매출이 지난해 2개 분기(3~4분기) 동안 두 배 증가했다"며 "성장과 규모, 영향력 측면에서 잠재력을 입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 인수한 세계 1위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 파페치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표했다.

김 의장은 "이미 발표한 투자금 외에 추가 투자 없이도 파페치가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는 길이 열렸다"면서 "몇 년 후 쿠팡이 어떻게 파페치를 명품 패션에 대한 고객 경험을 변화시키고 쿠팡의 전략적 가치를 담았는지 얘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 사업에 4억5000만달러(약 5996억원) 이상을 투자한 후에도 2023년 잉여 현금 흐름 창출액은 18억달러(약 2조3963억원)에 달하고, 현재 현금 보유 잔액은 55억달러(약 7조3221억원)가 넘는다”고 덧붙였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