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계 표밭, 가자 전쟁에 바이든 반감 여론↑…본선 캐스팅보트 되나
중동 정책 선회 요구, '지지후보 없음' 캠페인까지 진행
본선 승부처 美미시간주 오늘 경선…바이든, 아랍계 민심 시험대
미국 대선 본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확실시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결전 채비를 서두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시간주 경선에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미시간주가 본선 승패의 열쇠를 쥔 경합주 중 한 곳이라는 의미에 더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으로 인해 바이든에게 등 돌렸던 아랍계의 민심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라는 상징성까지 갖게 됐기 때문이다.

경선 레이스 자체가 사실상 바이든 독무대라는 점에서 앞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네바다주 경선에 이어 미시간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도 바이든의 싱거운 압승이 예상된다.

하지만 득표율과 투표율 등에 따라 이곳에서의 성적표가 본선 득표력을 예상해볼 수 있는 선행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미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미시간주에서는 이번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지 말고 투표용지의 '지지후보 없음'(uncommitted)에 기표하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미시간의 말을 들어라'(Listen to Michigan)라는 이 운동은 현지 매체 디트로이트메트로타임스, '미국 민주사회주의자'(DSA) , 미국 의회 내 유일한 팔레스타인계인 이 곳 지역구의 라시다 틀라입 민주당 하원의원, 앤디 레빈 전 민주당 하원의원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지역의 선출직 공무원 30여명은 이미 바이든이 아닌 '지지후보 없음'에 투표하겠다고 서약한 상태다.

이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가자지구 대규모 인명 피해를 규탄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원조를 중단하라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압박이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 공무원인 가브리엘라 산티아고-로메로는 "팔레스타인과 가자지구에 가족이 있는 많은 유권자가 (지지후보 없음 찍기 운동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틀라입 하원의원의 여동생인 엘라베드는 미시간주의 무슬림과 아랍계가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대선 승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올해 대선에서는 약 20만명의 무슬림 유권자 지지가 더는 당연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선 승부처 美미시간주 오늘 경선…바이든, 아랍계 민심 시험대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시간 경선에서 승리할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얼마나 많은 '지지후보 없음' 표가 나올지, 해당 유권자가 11월 대선에서 누구에게 표를 던질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시간주는 네바다주, 조지아주, 애리조나주, 펜실베이니아주, 위스콘신주와 함께 2020년 대선의 승부를 가른 6대 경합주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아랍계 인구는 약 5%로, 이들 경합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리며 고전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본선에서 박빙의 승부수가 펼쳐질 경우 스윙스테이트에서 아랍계 미국인들의 표심이 판을 흔드는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랍권 유권자는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냈지만, 지난해 10월7일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친(親) 이스라엘 행보를 보이면서 바이든에 대한 반감이 커진 상태다.

이 때문에 지금 같은 상황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4년 전 만큼 아랍계로부터 몰표를 받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1일 미시간 방문 직전에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폭력을 행사한 이스라엘인들을 이례적으로 제재하는 등 성난 중동계 민심 달래기에 부심해왔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도 지난 8일 미시간주 디어본에서 아랍계 미국인 정계 지도자와 회동을 하고 가자 전쟁 대응 과정에서의 실책을 시인하며 낮은 자세를 취한 바 있다.

미시간주의 선택은 대선 때마다 요동쳤다.

2016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만여표 차이로 승리했다.

2020년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약 15만표 차이로 근소하게 이겼다.

레빈 전 하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 정책) 노선을 바꾸지 않으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기는 것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할 것"이라며 "미시간주에서 이기지 못하면 (대통령)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미시간주립대의 누라 세디케 조교수(정치학)는 "젊은 유권자와 무슬림·아랍계 유권자 등 핵심층이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에 매우 중요하다"며 "미시간주 같은 곳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