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공의 복귀 시한 29일로 못 박고 전방위 압박
[르포] '3월 위기'에 병원은 폭풍전야, 환자는 불안불안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
집단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정부가 복귀 최후 통첩을 보낸 26일 상급종합병원인 전남대·조선대병원은 폭풍 전야와 같이 조용한 모습이었다.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 파행에 병원 측이 위중증 환자 위주로 수술실을 가동하고 입원·외래 환자를 줄이면서 병원을 오가는 사람은 눈에 띄게 줄었다.

외래 창구에서 안내 역할을 하던 한 관계자는 "평소라면 북적일 시간인데 한산하다"며 "의료 파행 소식에 처음부터 다른 병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위중증 환자의 경우 이송을 거절당하는 사례는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고 119 구급대원은 전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지금보다 오는 3월부터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전공의 자리를 메우고 있는 전임의들이 3월 초 병원을 떠나야 하는 데다, 새로 채용될 신규 전임의들도 임용 포기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 병원을 떠날 경우 비상 체제로 유지 중인 현 시스템도 유지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이탈한 전공의들의 복귀 시한을 이달 말까지로 못 박은 것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르포] '3월 위기'에 병원은 폭풍전야, 환자는 불안불안
정부는 지난주에 이어 다시 한번 미복귀 전공의 현황을 파악하며 집단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법적·행정적 처분을 위한 마지막 준비를 마쳤다.

전남대·조선대병원은 약 200여명의 이탈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 불이행확인서'를 발부했다.

검경도 이날 실무협의회를 열고 의료계의 불법 집단행동에 대한 신속·엄정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대학병원 일부 교수들조차 "전공의를 처벌하면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는 반응을 보여 3월 위기설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뿐이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전남대병원에서 가족이 말기 암 판정을 받은 A씨는 "응급 수술이 끝나자마자 요양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유받았다"며 "내색은 하지 않지만, 퇴원을 서두르는 건 전공의 공백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암 전문인 화순전남대병원으로 전원할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입원이 가능한지 여부는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받고 결국 요양병원으로 가기로 했다"며 "병원에 남아 성심껏 치료해준 의료진에겐 감사하지만, 환자를 버리고 병원을 떠난 의사들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환자 목숨을 내팽개친 의사들을 다시 받아줘서는 안 된다"며 "의료 현장을 떠난 사람들의 의사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