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메타와 맺은 ‘XR 헤드셋 동맹’으로 얻는 건 단순히 제품 판매만이 아니다. 향후 연간 1억 대 이상 팔릴 ‘제2의 스마트폰’ 시장을 확보하면 다양한 부대수입을 올릴 수 있어서다.

LG전자가 메타와 협상하면서 자체 개발한 웹 운영체제(OS) ‘웹OS’를 XR 헤드셋에 적용해달라고 요청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웹OS는 LG전자의 스마트 기기 운영체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의 스마트 가전·TV 버전이다. 게임, 어학, 뉴스 등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수익은 입점한 앱 개발업체로부터 받은 수수료와 콘텐츠에 넣는 광고 수수료에서 나온다. 올해 매출 목표는 1조원 이상이다.

메타의 최신 헤드셋인 ‘메타 퀘스트 3’의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히는 부족한 콘텐츠가 LG의 웹OS를 탑재하면 상당 부분 보완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웹OS를 적용하면 LG는 ‘제2의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XR 헤드셋에서 상당한 광고·수수료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도 LG전자가 기대하는 부대수입 중 하나다. 이 헤드셋의 핵심 소비층이 될 세계 10~20대 소비자들의 빅데이터를 가질 수 있어서다. 글로벌 소비자의 XR 헤드셋 사용 패턴 등을 알면 ‘고객 맞춤형 신제품’ 개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인공지능(AI) 경쟁력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LG의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동 개발 과정에서 메타가 오랜 기간 축적한 메타버스 관련 노하우도 LG가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 부품 계열사들은 ‘낙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XR 헤드셋에 부품을 납품할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LG디스플레이는 XR 헤드셋에 적용되는 OLEDoS(올레도스·마이크로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개발 중이다. LG이노텍은 최근 대만 렌즈 제조기업인 AOE 옵트로닉스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프리미엄 렌즈 제작 기술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황정수/최예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