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행동 닷새째…택시 타고 혼자 온 고령환자 수용불가
항암치료 입원환자 "사태 장기화로 치료 못 받을까 너무 무서워"
[르포] "교수님도 힘들대요" 주말 붐비는 병원…중증환자 잇단 이송
"어르신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어요?". "아이고 아이고…택시 타고 왔지유."
토요일인 24일 오전 10시께 119구급대원들이 대전 중구 충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 밖으로 휠체어를 탄 고령 환자를 데리고 나왔다.

구급대원은 "할머니가 아침에 혼자서 응급실에 찾아오셨는데 지금은 중증 환자만 수용할 수 있어 진료가 불가능하다"며 "2차 병원이나 일반병원으로 모셔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원들은 혼자서 일어서지 못하는 노인을 번쩍 들어 구급차에 실은 뒤 서둘러 응급의료센터 밖을 빠져나갔다.

전공의 집단행동 닷새째인 이날 오전부터 3차 병원인 충남대병원에는 환자를 실은 119구급차와 129 사설 구급차가 쉴 새 없이 들락거렸다.

휴일이라 외래진료 창구는 폐쇄됐지만, 병원 안은 이송되는 응급환자들과 퇴원하는 환자, 보호자가 뒤섞여 분주했다.

응급실 앞에 도착한 구급차 2대는 '환자를 이송해달라'는 병원 측의 안내를 순차적으로 기다리고 있었지만, 다행히 환자들이 급격히 몰리거나 큰 혼란이 빚어지지는 않았다.

응급실 한 직원은 "현재 의료진 10여명이 전담하고 있다"며 "중증 환자만 받고 있어 장시간 대기인원은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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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9시32분께 같은 병원 인공신장실, 신투석실 앞 전광판에는 오후까지 예정된 투석예약자 30여명의 이름이 빼곡히 차 있었다.

사설 구급차를 타고 투석을 받으러 온 한 환자의 보호자는 "위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투석을 무조건 받아야 해 아침 일찍부터 준비했다"고 말했다.

병원 현관문 앞으로는 퇴원한 환자를 데리러 온 가족들의 차량, 이불과 옷가지를 바리바리 챙겨 나온 보호자들로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이들은 대부분 진료가 끝나 예정됐던 퇴원을 한다고 밝혔지만, 일부는 곧바로 요양병원이나 일반병원 재입원을 알아보고 있었다.

경기 수원에서 온 한 보호자는 "다리 수술을 받은 아버지가 지금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신다"며 "대전에 혼자 계셔서 병원에 좀 더 계시면 좋을 텐데 병상 축소 문제로 여의치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 로비에 앉아 이들을 지켜보던 입원 환자들도 저마다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지난해 하반기에 입원해 암 수술을 받고 장기 항암치료 중인 한 환자는 "전공의 선생님은 안 오시고, 교수님과 간호사 선생님이 매일 왕진 오신다"며 "교수님이 '너무 힘들다'고 하는 걸 병상 밖에서 들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하루에 한 번씩 치료, 아직 한 달도 더 남은 상황인데 이러다 치료를 못 받게 되는 것은 아닐지 너무 두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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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중인 딸을 보러온 한 보호자 역시 "6차 항암치료까지 받고 다음 달 말에는 수술받을 예정이었는데 조금 더 미루자는 권유를 받았다"며 "하혈도 심하고 상태도 안 좋은 것 같은데 어떻게 될지 걱정이 크다"고 울먹였다.

전공의 집단이탈 장기화로 정부는 '의사면허 정지'나 집단행동 주동자에 대한 '구속 수사'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신규 인턴 임용 포기 등 의료계의 반대 움직임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대전 충남대병원에서는 3월 임용 예정인 60명 전원이 임용포기서를 제출했고, 건양대병원 30명도 임용을 포기, 당초 계획됐던 임용식과 오리엔테이션이 취소됐다.

순천향대 천안병원과 단국대병원에서 3월 임용 예정인 신규 인턴 각각 32명 전원, 36명 중 32명이 임용을 포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