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를 맞지 않고 애지중지 자라서 인성이 부족하다. 고등교육기관으로 진학한 후에는 안전공간, 트리커 경고, 진보사상이 애들을 망친다. 최악은 이 밉살맞고 히스테릭한 존재들이 일터로 나갈 때 생기는 일이다. (중략) 일터의 젊은이들은 때로 나이 든 상사들을 미치게 한다. 부당한 업무에 항의하고, 서로의 임금을 비교하며 자신의 임금에 대해 불평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고, 더 나은 처우를 요구한다. 소임을 다한다는 것이 일터에서 소모되고 혹사당하는 것의 완곡어법이라면 이를 거부한다. 처우가 나쁘면 사표를 던진다.’젊은이들에 대한 한국 기성세대의 불평불만 같지만 아니다. 요즘 애들이 ‘난치성 눈송이병’에 걸렸다고 진단하는 미국 영국 ‘꼰대’들의 주장이다.고생이라곤 안 해봐서 인내심도 회복탄력성도 없고, 툭하면 징징대는 응석받이에, 지나치게 예민한 자아도취자라며 끌끌 혀를 찬다. 제2차 세계대전 때 8개월에 걸친 독일의 장기간 공습을 견뎌낸 ‘블리츠(Blitz) 정신’은 찾아볼 수 없고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약해빠진 세대라는 것이다.‘워싱턴포스트에서 대중문화와 정치를 다루는 저널리스트 해나 주얼은 <꼰대들은 우리를 눈송이라고 부른다>(원제 ‘We Need Snowflakes’)에서 보수적 기성세대의 이런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이전 세대에 비해 특별히 나약하거나 유별나서가 아니라 이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행동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이들을 악마화하고 억압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 과장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책에 따르면 ‘눈송이 세대’라는 말 자체가 이런 젊은이들에 대한 멸칭이다. ‘콜린스 영어사전’은 2016년 ‘눈송이 세대’를 그해의 10대 어구로 선정했는데 ‘전 세대에 비해 강하지 못하고 쉽게 마음 상하는 경향이 있다고 여겨지는 2010년대의 젊은 청년들’이라고 풀이했다.‘옥스퍼드 영어사전’의 풀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1만5000년 전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도 ‘요즘 애들’의 버릇없음을 개탄하는 낙서가 있다지만, 요즘 애들에 대한 이런 낙인찍기와 악마화는 지나치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그는 극단적 우파는 물론 기득권자가 된 진보엘리트주의자와 급진 페미니스트까지 가세해 ‘눈송이’라는 멸칭의 대중화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고 꼬집는다. 문화전쟁의 진원지가 된 대학 내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1964~1965년 미국 UC버클리에서 일어난 표현의자유운동(FSM)은 대규모 학생 시위와 농성, 교수들의 지지 선언과 파업 등을 통해 학내에서 표현의 자유 신장에 크게 기여했다.하지만 당시에는 언론과 비판자들이 학생을 폭도, 테러리스트라고 불렀다. 1966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출마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UC버클리 혼란 일소’를 공약으로 내세웠을 정도였다.그런데도 눈송이 비판자들은 당시의 FSM을 우호적으로 기념하면서도 요즘 학생들의 시위는 도가 지나치고,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인종, 젠더 등과 관련해 학생들이 극우 인사들의 대학 강연을 가로막으면서 검열관 행세를 하고, 공인들은 ‘미투운동’ 때처럼 문제적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커리어가 하루아침에 파탄 나는 ‘철회(cancel)의 공포’에 떤다는 것이다.저자는 “진짜 검열은 제도 권력이 하는 것”이라며 눈송이들의 비판과 시위, 논쟁, 변화를 위한 활동을 옹호한다. “대학은 자유로운 발언들이 뒤섞여 들끓는 가마솥이지 그것들을 누그러뜨리는 약음기가 아니다. 인생에서 또 언제 우리에게 정중한 타협보다 논쟁을 선호할 책무가 주어지겠는가.”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반유대주의 시위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미국 명문대 총장들이 사임했다. 국내 상황과는 적잖은 차이가 있지만, 세대·계층·진영 등으로 갈라치는 건 답이 아니라는 게 분명하다. 눈송이 논란을 지나치게 우파 음모론으로 몰아가는 저자의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다.하지만 눈송이들의 예민함과 유난스러움, 불평과 불만, 비판적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누군가 주변 사람을 눈송이라고 부를 때, 눈송이의 활동에 대해 경멸과 분노, 불편함을 내비칠 땐 그들이 그러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라.”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미국 매사추세츠의 전화기 수리기사였던 크리스 도너번에게는 오랜 취미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여성용 구두를 아주 섬세하게 스케치했다. 그의 디자인은 편하게 신는 신발보다 건축 설계도에 가까웠다. 50세가 됐을 때 전립선암을 진단받고 원치 않게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54세에 병이 완치된 후 그는 절박함 속에 이탈리아 디자인학교에 등록해 최고령 학생이 됐다. 구두 디자이너로 새 출발한 것이다. 그는 61세에 패션계에서 가장 참신한 슈퍼스타로 소개됐다. 구두 브랜드 ‘크리스 도너번’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 사상 첫 여성 부편집장이었던 저널리스트 조앤 리프먼은 <더 넥스트>에서 앞선 사례처럼 실패를 극복하고 자신의 인생 2막을 여는 데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이들을 인터뷰하고 신경과학, 사회심리학, 인지과학 등 다양한 이론을 바탕으로 그들의 삶을 관통하는 법칙을 제시한다. 이들은 인생의 다음 단계로 도약할 때 ‘탐색-분투-중단-해법’이라는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일반적으로 변화는 정보를 수집하는 ‘탐색’으로 시작한다. 그런 다음에는 불편하고 절망적일 수 있는 ‘분투’로 접어든다. 그러다가 종종 휴식을 취하거나 강제로 ‘중단’당하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마침내 국면 전환과 함께 ‘해법’이 도출되면 변화가 완수된다는 것이다.저자가 소개하는 사람은 대부분 50세 이후에 새로운 도전에 나서 성공을 이룬 사람이다. 할랜드 데이비스 샌더스는 변호사 생활이 참담한 실패로 끝난 후 개업한 식당이 망했다. 65세에 파산하고 사회보장금과 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식당에서 그나마 잘 팔렸던 프라이드치킨 조리 비법으로 프랜차이즈 권리를 팔고 다녔다. 이 프랜차이즈는 KFC가 됐고 그의 얼굴은 이 회사의 마스코트가 됐다.책 속의 주인공들은 다양한 난관에 직면했고 다양한 방식으로 대처했다. 수렁에 빠진 것처럼 바퀴가 헛도는 기분이 들 때도 정지한 게 아니라 탐색하며 전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변화는 반복적이고 계속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일에 마음을 열라고 조언한다. 다음 정착지는 자신이 계획한 곳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직장으로 간 뇌과학자>의 저자 존 메디나는 발달 분자 생물학자다. 생명공학과 제약산업 분야에서 정신 건강과 관련된 연구를 자문해주는 컨설턴트로 오랫동안 일해왔다.그는 책에서 뇌과학을 바탕으로 직장 생활에서 성과를 높이는 10가지 법칙을 설명한다. 현대인은 최첨단 문명 속에 살고 있지만 인간 뇌의 작동 원리는 아직 이 시대를 온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배경에서다. 그는 혼자보다 팀이 더 생산적이다, 상대를 사로잡는 것은 최초의 10분에 좌우된다, 업무용 뇌와 가정용 뇌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등을 주장한다.우리 뇌가 협력하도록 만들어졌다는 근거에 대해 그는 “4만 년 전에 상호 협력은 인간의 진화에 중요한 두 가지 욕구, 즉 음식과 자기 보호를 가능하게 했다”며 “험난한 세렝게티 평원에서 인간은 협력 없이는 생존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그는 인간은 녹색 숲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사무실 창밖으로 정원과 나무가 보이면 좋다고 말한다. 그렇지 못한 환경이라면 자연 채광, 식물, 초록색, 파란색 같은 요소를 사무실 디자인에 활용하면 좋다고 조언한다.인간 뇌는 하나에 집중하기보다 주변 환경을 끊임없이 살펴보고 위험을 감지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딴생각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회사에서 파워포인트를 띄우고 발표한다면 10분 안에 핵심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한다.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