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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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반대로 엔화 가치는 끝없이 떨어면서 엔화 강세에 베팅한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오는 6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엔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STAR 미국채30년엔화노출' 상장지수펀드(ETF)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11.4%다. 미국 금리 인하와 엔화 가치 상승에 동시 베팅한 상품으로 출시 2개월 만에 개인순매수 500억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미국 국채30년물에 투자하는 비슷한 상품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8%)보다 같은 기간 수익률이 낮다.

같은 일본 증시 지수를 추종하는 ETF 가운데 엔화 헤지형과 노출형 간의 수익률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환헤지 상품인 'ACE 일본Nikkei225'와 환노출 상품인 'TIGER 일본니케이225'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각각 17.9%, 13.8%다. 같은 닛케이225지수를 추종하지만 환헤지 상품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엔화 가치가 추락하면서 환노출 상품의 수익률도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달러당 엔화 가치는 연초 140엔 초반 수준이었으나 최근 150엔 선까지 떨어졌다. 엔화 가치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인 'TIGER일본엔선물'도 연초 대비 3%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엔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미뤄져 미·일 금리차가 여전히 커서다. 일본 경제가 최근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면서 오는 4월께로 점쳐졌던 일본 중앙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도 불확실해졌다.

지난 21일 공개된 1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는 인플레이션 둔화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기조가 나타났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Fed가 오는 5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27.1%에 그쳤다. 6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70.8%에 달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자산운용사들의 엔화 매도 포지션 계약은 약 12만2000건으로 지난해 6월 20일 약 10만건보다 20% 늘어났다. 자산운용사를 포함한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의 대형주에 투자할 때 환위험을 헤지하는 전략을 펴고 있음을 시사한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