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투자자분들께 반가운 공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자사주 소각,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관련 소식 정호진 기자가 준비했습니다. 정 기자, 창사 후 처음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는 기업들도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다음주 월요일이죠, 금융위원회는 오는 26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상세 내용을 공개할 예정인데요.

이를 앞두고 기업들도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습니다.

어느정도냐면요.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재작년 한 해동안 3조 5천억 원 정도였는데요. 아직 3월도 안 됐는데 올해 '자사주 소각하겠다'는 공시를 낸 게 벌써 3조 원 가까이 됩니다.

또한 지난해 100건 가까운 자사주 매각이 진행됐는데, 금융투자업계에선 올해 150건 넘는 자사주 소각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워낙 많다 보니, 최근 공시만 몇 개 짚어보면요. 미래에셋증권은 3년간 매년 최소 1,500만주를 소각하는 방안을 어제(22일) 이사회에서 의결했고요.

에스엠과 SK이노베이션, HD현대건설기계 등은 출범 이후 첫 자사주 소각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자사주 소각 뿐만 아니라 배당 공시도 이어지고 있죠.

현재까지 배당 규모를 살펴보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배당을 발표한 기업들의 배당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가까이 늘었는데요.

특히 이 기간 현대차는 전년보다 64%, 기아는 58% 가까이 배당금을 늘렸습니다.

<앵커>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동을 거니, 기업들도 화답하는 모양새인데요.

상황을 지켜보면 이렇게 할 수 있는데 '왜 지금까지 안 한 걸까'라는 궁금증도 생기거든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참 주주환원에는 인색하지 않았습니까?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190개 기업이 최근 3개년도 회계기준으로 볼 때 배당을 안 한 것으로 나타났거든요.

비율로 따지면 24%를 넘어가니 코스피 상장사 네 곳 중 하나는 3년간 배당을 안 한 셈입니다.

물론 기업들이 돈을 벌어서 쌓아두고 있던 것만은 아닙니다. 국내 기업들은 주주환원보다는 투자에 많은 비중을 뒀는데요.



2022년 기준 코스피 200 기업들은 320조 원(EBITDA 기준)을 벌었는데, 투자에 57%, 주주환원에 11%를 사용했습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주주환원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모습,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두 막대를 합해서 100%가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유보율인 건데요. 일본과 우리나라의 유보율은 30%대로 비슷합니다.

그런데 일본은 주주환원율을 2014년 17%대에서 2022년 31% 수준까지 끌어올렸고, 이 과정에서 지수도 함께 올라왔습니다.

여기서 '투자해서 기업의 이익을 늘면, 주가도 상승하지 않느냐'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물론 맞는 얘기입니다만,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고배당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고려한다면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어느정도 유효할 수 있습니다.



한국ESG연구원은 계열사간 거래 등을 예시로 들며 "외국인 투자자는 정보 비대칭성이 크고, 때문에 기업 자원의 분배가 불확실할 수 있다는 모니터링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며 "기업의 배당 정책을 투자 의사결정 요인 중 하나로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밸류업 프로그램 이야기가 나온 이후, 저PBR주에 대한 외국인의 유입세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증권가에서는 세제 혜택 등이 환원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산업 특성상 투자율을 낮추기는 쉽지 않다"며 "배당 소득세율 인하와 같은 세제혜택은 기업들이 유보율을 낮추고 환원율을 높일만한 유인이 되어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증권부 정호진 기자였습니다.


정호진기자 auva@wowtv.co.kr
"창사 이후 첫 소각"…'밸류업' 주주환원 신호↑ [이슈N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