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기 도래만 12.7조…금감원 "투자자산 부실화 가능성 확대"
전체 투자 규모 56.4조…원금 대비 손실률 5.9%
금융권 해외부동산 투자 부실 우려 2.5조…8개월새 1조원 이상↑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중 2조5천억원 규모가 부실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며 국내 금융권의 투자 자산 부실화도 빠르게 확대되는 양상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작년 9월 말 기준 56조4천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권 총자산(6천800조9천억원)의 0.8% 수준이다.

보험이 31조9천억원으로 전체 투자 잔액의 56.6%를 차지했고, 은행 10조1천억원(17.9%), 증권 8조4천억원(14.9%), 상호금융 3조7천억원(6.6%), 여전 2조2천억원(0.5%), 저축은행 1천억원(0.2%) 등의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34조5천억원(61.1%)으로 가장 많고, 유럽 10조8천억원(19.2%), 아시아 4조4천억원(7.9%), 기타 6조6천억원(11.8%) 등 순이었다.

만기별로는 올해 중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가 12조7천억원(22.5%)에 달했다.

2030년까지 만기 도래하는 규모는 43조7천억원(77.5%)이었다.

특히 금감원은 작년 9월 말 기준 금융회사가 투자한 단일 사업장(부동산) 35조8천억원 중 2조3천100억원(6.46%)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기한이익상실은 선순위 채권자에 대한 이자·원금 미지급,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조건 미달 등의 사유로 인해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금감원이 작년 6월 말 기준으로 공개했던 자료에서는 EOD 사유가 발생한 규모가 1조3천300억원(전체 사업장의 3.7%)이었다.

석 달 새 1조원가량이 급증한 것이다.

자산 유형별 기한이익상실 발생 규모는 오피스가 9천3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호텔 1천100억원, 상가 1천200억원 등이었다.

금융권 해외부동산 투자 부실 우려 2.5조…8개월새 1조원 이상↑
금감원은 작년 9월 이후 3건의 EOD가 추가로 확인해 이달 현재 기준 EOD 사유가 발생한 규모는 2조4천600억원(사업장 총 28곳)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해외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 국내 금융권 해외 부동산 신규 투자는 정체됐다"며 "그러나 선진국의 재택근무 정착 및 고금리 지속 등에 따라 전분기 대비 EOD 발생 자산이 증가하는 등 투자자산 부실화 가능성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단일 사업장 투자 이외에 복수 자산(복수의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블라인드 펀드 등) 투자액 20조5천억원까지 포함한 원금 대비 손실률을 5.9%로 집계했다.

금감원은 올해도 일부 추가 손실이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병칠 금감원 전략감독 담당 부원장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상업용 부동산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많아 앞으로 손실이 조금 더 발생할 수는 있다"며 "9월 말 이후 최근까지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4~6% 추가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향후 부동산시장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적정 손실 인식 및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사업장·투자건별 데이터베이스(DB) 및 금융회사의 손실반영·충당금 적립 등 리스크 관리 실태를 점검하겠다"며 "손실 및 부실 자산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강화를 위해 금융회사 및 금감원 해외사무소 등과 연계해 신속보고 체계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자체 평가 결과뿐 아니라 해외 인력 등을 통해 얻은 현지 가격 정보로 크로스체크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만기 임박 자산 등에 대해 금융회사의 대응 계획을 선제적으로 파악·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은 국내 금융회사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규모는 총자산 대비 1% 미만으로 금융회사의 양호한 자본비율 등 손실흡수 능력 감안 시 투자 손실이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김병칠 부원장보는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규모는 국내 프로젝트펀드(PF) 대출에 비해 절반 이하"라며 "국내 금융사 자본력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한다고 해도 우리 금융 시스템이 감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OD가 발생했다고 해서 전액 손실이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투자 순위(트렌치)에 따라 전액 또는 일부 회수할 수 있어 최종적인 회수가능금액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한 사업장의 경우 장기 임대계약 등 수익성을 유지할 경우 대출 조건조정, 만기연장, 재구조화 등을 통해 사업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