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살인 예견할 수 없었다"…'업무상과실치사' 고소건 불송치

지난해 5월 경기 의왕시 한 요양병원에서 80대 여성 환자가 동료 환자에 의해 살해된 사건과 관련, 피해자 유족이 관리 책임을 물어 병원 측을 고소했으나 무혐의 결론이 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의왕경찰서에 따르면 이 사건 유족 최모 씨가 해당 요양병원 병원장과 담당의사, 당직의사, 간호사와 간병인 등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지난달 30일 불송치 결정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7일 새벽 해당 요양병원에서 최씨의 어머니 A(82) 씨가 옆자리 환자 B(78·여) 씨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이다.

최씨는 모친 사망 이후 요양병원 측이 적정한 의료 인력을 갖추고, 응급 상황 발생 시 환자가 언제든 의료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당직 시스템을 운용해야 했으나, 이런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고소장을 냈다.

수사 과정에서 당직 의사가 지인인 군의관과 시간을 나눠 당직근무를 한 사실, 간호사가 라운딩 당시 사건이 발생한 병실에 들어가지 않은 사실 등이 드러났으나, 경찰은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보고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 통지서에서 "(군의관이 근무한) 당직 근무 형태가 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군의관인 당직 의사는 병원에 상주하는 상황이었고, 이는 응급환자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 의료인을 둬야 한다는 취지에 맞게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며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등 다른 법령에 저촉될 소지가 있는 점은 별론으로 해도, 피고소인들의 과실로 사건이 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소인인 간호사가 당직근무 시간인 (사건 당일) 오전 3시께 라운딩에서 사건 병실에 들어가지 않은 점이 인정돼 의료서비스 제공에 일부 과실이 있다고 보이나, 다른 간호사들이 라운딩 때 각 병실을 확인한 점에 비춰보면, 라운딩 시스템 전반에 부실이 있다기보다 피고소인의 과오로 보인다"며 "아울러 라운딩 미실시로 살인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의왕 요양병원 살인 피해자 유족, 병원 무혐의 처분에 이의신청
경찰은 이밖에 다른 피고소인들에 대해서도 B씨가 A씨를 살해할 것으로 예견할 수 없었고, 이들의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불송치 이유를 밝혔다.

다만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당직 의사에 대한 별건 의료법 위반(진료기록부 등 거짓 작성 및 미작성) 혐의를 인지했으며, 범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송치했다고 덧붙였다.

고소인인 최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경찰은 피고소인들의 행위와 어머니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으나, 해당 요양병원 측이 라운딩만 똑바로 했어도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며 "병원 측은 '24시간 간병시스템'을 홍보했었는데, 결국 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최씨는 지난 16일 불송치 결정 이의신청서를 의왕경찰서에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인의 이의 신청에 따라 사건을 검찰에 송치(법정송치)할 예정"이라며 "향후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검찰 자체적으로 경찰의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