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이낙연 공동대표의 합당 철회 선언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이낙연 공동대표의 합당 철회 선언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병언 기자
개혁신당이 20일 새로운미래 측과 합당을 철회하면서, 현역 의원 '5석' 자격으로 수령한 6억원에 달하는 경상 보조금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주목된다. 개혁신당은 당초 보조금을 반납하거나 기부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현행법상 이는 불가한 상황이다.

6억 보조금 받은 개혁신당"환수·기부 불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혁신당은 '의석수 5인 이상 정당' 자격으로 지급받은 올해 1분기 경상 보조금 6억6000만원을 국고에 반납하거나 기부할 수 없다. 선관위가 임의로 환수할 수도 없다. 이는 정치자금법 제28조·29조·30조에 따른 것이다.

선관위가 매 분기 정당별로 지급하는 경상 보조금 규모는 현역 의원 수에 따라 달라진다. 선관위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먼저 총액의 50%를 균등 배분한 뒤, 5석 이상 20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에는 총액의 5%씩을 부여한다. 5석 미만 또는 의석이 없는 정당은 득표수 비율 요건을 충족한 경우 총액의 2%씩을 배분받을 수 있다.

개혁신당은 올 1분기 경상 보조금 지급 하루 전날인 지난 14일 양정숙 무소속 의원을 영입해 '현역 5석'을 채웠다. 이를 통해 당초 예상 금액을 훌쩍 뛰어넘는 6억6000만원의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 다만 새로운미래의 김종민 공동대표가 이날 탈당을 선언하면서 개혁신당의 현역 의원 수는 4명(양향자·양정숙·이원욱·조응천)으로 줄었다.

정치자금법 제28조를 보면 경상 보조금은 정당 운영에 드는 경비로, 그 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인건비 △사무용 비품 및 소모비 △사무소 설치·운영비 △공공요금 △정책개발비 △당원 교육훈련비 △조직활동비 △선전비 △선거관계비용 등이다. 이에 따라 개혁신당이 보조금을 기부하는 등의 행위는 불가하다.
개혁신당 홈페이지에 '후원 인증' 게시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개혁신당 홈페이지 캡처
개혁신당 홈페이지에 '후원 인증' 게시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개혁신당 홈페이지 캡처
경상 보조금은 사용처도 정해져 있다. 보조금을 지급받은 정당은 총액의 30% 이상을 정책연구소에 10% 이상은 시·도당에 배분·지급해야 한다. 10% 이상은 여성정치발전에, 5% 이상은 청년정치발전을 위하여 사용해야 한다.

감액 혹은 반환 규정은 정치자금법 제29조·30조에 따른다. 예컨대 경상 보조금 회계 보고를 허위·누락할 경우 보조금은 감액(제29조)되거나, 보조금 지급 후 정당이 해산 혹은 등록이 취소된 경우 반환(제30조)해야 한다. 다만 개혁신당의 사례처럼 보조금 지급 이후 현역 의원이 줄었다는 이유로 보조금이 감액되거나 반환되진 않는다.

이준석 "보조금 동결해야 한다면 하겠다"

다만 개혁신당은 아직 정확한 보조금 활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 측의 설명에 따르면 이날까지 개혁신당은 이와 관련 별도의 문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정책 발표 기자회견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는 언론에 보조금 환수 관련 현행 규정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동대표는 "개혁신당이 반납 의지가 지금 있는 상황에서 반납 규정이 없어서 만약에 동결해야 한다면 저희가 동결할 것"이라며 "기부나 아니면 다른 사용처를 통해 즉각 제출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면 그렇게 처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관련 규정이 미비한 상황이라면 규정을 입법하기 위한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이날 오전부터 당에 릴레이 후원 인증을 이어가고 있다. "당이 보조금 6억6000억원을 국고에 반납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 게시글 작성자는 "진보 세력이 떠났으니 보수 지지자들이 모여 6억원을 만들어 이준석 공동대표를 돕자"고 썼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