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병원 전공의 109명 사직…응급실 전문의 추가 배치·경증 환자 전원 조치
일부과 전문의 '나홀로 회진'…환자 "과로로 실수할까 걱정"
[르포] "지방엔 가뜩이나 의료 인프라 부족한데…" 환자들 한숨
"지방은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의사 한명 한명이 정말 소중한 상황이잖아요.

"
20일 오후 충북 지역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에서 만난 김모(30대)씨는 의대정원 확대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출근하지 않는 의료 현장 혼란 사태에 대해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자신의 가슴을 쳤다.

내과에 진료를 보러 왔다는 그는 "시골엔 의사가 없어 아우성이고, 의사 본인들도 과로에 시달린다고 하면서 왜 증원에는 반대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지방은 수도권보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시민들이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까지 나서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환자 목숨을 담보로 정부와 협상을 할 수 있냐"고 말했다.

충북대병원은 이날 전공의 137명 가운데 80명의 레지던트와 29명의 인턴이 근무하러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원의 전공의 비중은 전체 의사(217명)의 63%로 일반적으로 30∼40% 수준인 타 병원보다 비중이 높다.

[르포] "지방엔 가뜩이나 의료 인프라 부족한데…" 환자들 한숨
이날도 충북대병원은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였다.

아직까진 대부분의 진료가 차질 없이 진행되는 모습이었지만, 환자들은 앞으로의 상황을 걱정하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봤다.

치매를 앓는 90대 어머니를 모시고 인지검사를 하러 병원을 찾은 주모(60대)씨는 "전공의 파업으로 진료 예약이 미뤄질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면서 "15년째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데리고 병원에 오고 있는데, 의사들이 지난번(2020년 의사 파업)에 이어 또 이러니 시간을 맞춰 어머니와 병원에 와야 하는 입장에서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은 의사가 모자라서 환자가 수개월 동안 자기 순번을 기다리고 심지어는 응급실을 전전하다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례도 더 자주 나타난다"며 "이번엔 꼭 증원에 성공해 지역 의료 인프라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르포] "지방엔 가뜩이나 의료 인프라 부족한데…" 환자들 한숨
종양혈액과에서 만난 김완수(76)씨는 15년 전 폐암으로 한쪽 폐를 떼어내는 수술을 했고, 몇개월 전엔 식도암에 걸려 이 병원을 주기적으로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이 이렇게 이해타산적으로 의료행위를 해왔나 의심이 들 정도로 (집단행동이)기가 막힌다"며 "당장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들은 어떡하라는 것이냐. 환자 생명을 담보로 이렇게 이기적으로 나올 수 있나"라며 혀를 찼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시민단체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선영 충북자치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방소멸과 함께 지역의료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는 가운데 기초 의료를 유지하기 위해 의대 증원은 불가피하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이른 시일 내에 힘을 합쳐 갈등을 잘 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충북대병원은 의료 공백에 대비해 응급실에 전문의들을 추가 배치하거나 경증 환자를 2차 병원으로 전원 보내고 있다.

[르포] "지방엔 가뜩이나 의료 인프라 부족한데…" 환자들 한숨
일부 과에선 전문의들이 레지던트 없이 홀로 회진을 도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전에 유방암 수술을 하고 입원 중이라는 성양자(74)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교수님이 레지던트와 함께 회진을 돌았는데 오늘은 30분 일찍 오셔서 혼자 드레싱 등을 해주고 갔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도 또 아프면 수술하거나 치료받아야 할 텐데 남은 의사들이 과로로 실수하거나 힘들어할까 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충북대병원 응급실 당직표와 실제 근무 인원을 대조하는 등 현장 점검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충북도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심화하면 공공병원인 청주·충주 의료원의 평일 진료 시간을 늘리고 휴일에도 진료를 보게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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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