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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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우선주 3형제(우선주, 2우B, 3우B)가 질주하고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입되면 배당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단기간 보유하면서 결산·분기 배당을 모두 받을 수 있는 '더블 배당' 기회도 생겨 이들 우선주가 주목받고 있다. 다만 우선주는 변동성이 크기에 투자에 유의하라는 조언도 제기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전날까지 현대차2우B는 11만원에서 16만7100원으로 51.91% 급등했다. 현대차우(48.99%), 현대차3우B(47.88%) 등 다른 현대차 우선주도 일제히 불을 뿜었다. 현대차 보통주의 수익률(36.63%)을 크게 앞질렀다. 같은 기간 코스피 우선주 지수 상승률 22.34%도 2배 이상 웃돌았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눈에 띄었다. 이 기간 외국인은 현대차3우B를 71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현대차2우B, 현대차우도 각각 689억원, 50억원어치 사들였다. 개인은 이들을 모두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최근 3년간 10만원 언저리에서 머물던 3형제의 주가가 갑자기 급등한 배경엔 정부 정책이 있다. 지난달 24일 금융 당국은 국내주식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이 도입되면 주요 상장사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우선주에 관심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주는 보통주와 달리 의결권이 없지만 배당 수익률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현대차 우선주 3형제의 보통주 대비 배당금 차이는 크지 않은 편이다. 현대차우는 보통주보다 주당 50원(연간)을 추가로 배당받을 수 있다. 액면가 5000원의 연 1%를 추가 배당받을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2우B와 3우B는 보통주보다 최저우선배당률(액면가 대비 각각 2%·1%)만큼 더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있다. 다만 배당 후 이익이 남을 경우 추가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참가적 권한'은 2우B와 3우B에만 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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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배당에 대한 기대감도 주가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더블 배당은 작년 결산 배당과 올해 1분기 배당을 비슷한 시기에 받는 것을 뜻한다. 현대차의 결산배당 기준일인 이달 29일 전에 매수해 1분기 결산 배당일인 다음 달 말까지 보유하면 결산 배당과 1분기 배당을 모두 받을 수 있다.

현대차는 주주환원책에 따라 지난해 결산배당을 전년도에 비해 40% 증가한 주당 8400원 규모로 책정했다. 2우B는 주당 8500원, 3우B와 우선주는 각각 8450원을 결산 배당받는다. 1분기 배당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현대차는 앞으로 배당성향을 25% 이상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그해 회사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의 4분의 1 이상을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의미다.

우선주에 투자할 땐 괴리율도 고려해야 한다. 괴리율은 보통주와 우선주 주가 차이를 말한다. 우선주는 보통주와의 괴리율이 높을수록 투자 매력이 높다. 보통주가 올랐지만, 우선주 수익률이 따라가지 못했을 때, 그 차이를 메우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현대차 우선주 3종과 현대차 보통주의 괴리율은 33.8~36.5% 수준이다. 과거 최저 수준이 20%대 후반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주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문제는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발행주식 수와 유통물량이 적어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다. 매도 물량이 조금만 나와도 주가가 크게 출렁일 수 있어 손실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투자경고를 받은 종목에서도 우선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배당수익률이 높은 건 우선주 투자의 장점이지만 보통주보다 시가총액 규모가 작기에 유동성에 유의야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대차 우선주 3종 간 펀더멘털(기초체력) 차이는 크지 않고, 유동성 측면에서만 보면 현대차우(3조9087억원), 현대차2우B(6조357억원)가 상대적으로 시총이 커 투자하기에 나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