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반떼./사진=연합뉴스
현대차 아반떼./사진=연합뉴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에 주력해온 현대자동차가 올해 미국 시장에서 중저가 세단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고금리와 수년간 이어진 자동차 가격 인상으로 저렴한 차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자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 겸 북미권역본부장은 최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이 더욱 저렴한 차량을 찾는 추세에 발맞춰 올해엔 엔트리 모델 판매에 집중할 것”이라며 “쏘나타와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 생산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장 수요에 따라 중저가 모델 판매를 늘리는 게 수익성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11% 증가한 80만1195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현대차는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는 마진이 높은 SUV와 전기차 판매가 실적 호조를 견인했다. 하지만 올해는 얘기가 다르다. 미국 자동차 구매자들의 소비 심리는 급격히 얼어붙고 있어서다. 지난달 미국 자동차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7% 감소해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판매량을 더 늘리려면 중저가 차종 판매에도 힘을 실어야 한다는 게 현대차의 판단이다. 같은 급이라도 SUV는 세단보다 차량 평균 가격이 1000만~2000만원 더 비싸다. 금리 인상 부담이 커진 미국 소비자가 저렴한 세단으로 돌아서고 있는 이유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미국 신차 평균 가격은 지난달 4만7401달러로 1년 전보다 3.5%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도체 공급난과 저금리로 매년 5~6% 치솟던 차값이 하락한 건 이례적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에드먼즈의 제시카 캘드웰 이사는 “(금리 상승과 자동차 가격 인상으로) 차량 구매 비용이 급증한 것을 고려하면 많은 사람들이 세단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SUV에 주력해 온 판매 전략을 수정하고 한국에서 생산하는 두 차종의 미국 수출 물량을 늘릴 방침이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팔리는 쏘나타와 엘란트라는 전량 한국에서 만든다. 한때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도 생산했지만 점점 투싼·싼타페 등 레저용 차량(RV) 생산에 올인하면서 현지 세단 생산은 중단한 상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생산 라인 변경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미국 수출 물량 확대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중저가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혼다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 시빅, HR-V 등 저렴한 소형 모델 라인업을 늘리기로 했다. ‘럭셔리’를 고집해온 메르세데스벤츠도 엔트리급 C클래스와 E클래스 판매에 주력한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