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기자동차에 대한 국비 보조금 규모가 확정됐다. 지방자치단체도 국비 보조금에 매칭해 주는 보조금을 하나둘 확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전기차를 사면받을 수 있는 총보조금 규모도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복잡한 산술식으로 설계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확정되면서 가라앉은 전기차 소비 시장에도 볕이 일부 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기차 구매 시 받을 수 있는 국비 보조금이 확정됐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도 하나둘씩 정해졌다. 이에 따라 올 들어 보조금 확정 전 전기차 구입을 망설이던 소비자들도 서서히 전기차 시장을 기웃거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남구의 한 주차장에서 전기차들이 충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전기차 구매 시 받을 수 있는 국비 보조금이 확정됐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도 하나둘씩 정해졌다. 이에 따라 올 들어 보조금 확정 전 전기차 구입을 망설이던 소비자들도 서서히 전기차 시장을 기웃거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남구의 한 주차장에서 전기차들이 충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전기차 울릉군이 가장 싸다

환경부는 전기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 지침을 지난 20일 확정했다. 환경부는 앞서 올해 국비 보조금을 작년보다 각각 30만원 적은 최대 450만원(경·소형)~650만원(중·대형)으로 정하고 5500만원 미만 차량만 전액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5500만~8500만원짜리 차량에는 절반만 지급하고, 8500만원이 넘는 차량에는 한 푼도 안 준다.

전기차 보조금, 국산 '아이오닉' 수입차 'ID.4' 최고
환경부는 총지급 한도를 정해놓고 △전기차 주행거리 △배터리 성능 △배터리 재활용 △충전시설 설치 △사후서비스(AS)망 등을 점수화해 보조금을 깎는 구조로 보조금 지급 지침을 설계했다.

이에 따라 이 부분에서 유리한 국내 전기차들이 보조금을 많이 받게 됐다. 현대차 아이닉 5와 아이오닉 6 등 대표 전기차는 기본 모델의 경우 정부가 정한 최대 한도(중·대형 650만원)를 모두 채우고, 할인에 따른 인센티브(할인금액의 20%)를 추가로 받아 690만원의 국비 보조금을 탄다. 기아 EV6 롱레인지도 684만원의 국비 보조금을 수령한다.

여기에 지자체도 전기차 보조금을 하나둘 확정하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 61개 지자체가 보조금 규모를 발표했는데, 경북 울릉군이 지자체 중 유일하게 1000만원이 넘는 1100만원을 보조금 한도로 정했다. 지자체 보조금은 국비 보조금과 연동해 지급하도록 지자체마다 설계돼 있어 통상 국비 보조금을 많이 받는 전기차의 경우 지자체 보조금도 많이 받는다.

이에 따라 경북 울릉군 주민이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롱레인지(2륜)를 살 경우 5410만원의 가격표에서 국비 보조금 69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최대 1100만원)에 현대차의 할인(200만원)까지 더하면 3420만원에 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 소유자는 구매 후 2년간 의무운행 기간을 지켜야 한다. 2년 내 차량을 다른 지자체 거주자에게 명의이전하거나 주소지를 옮기면 보유 기간에 따라 보조금이 일부 환수되고, 실거주지와 다른 서류상 주소지만 특정 지자체로 옮겨두고 차량을 구매하는 경우에도 보조금 환수 대상이다. 따라서 실제 거주하는 지자체의 보조금을 살펴보고 보조금을 확인해봐야 한다.

○수입차에선 ID.4가 보조금 탑

환경부의 국비 보조금 기준이 나오자마자 수입차들은 비상이 걸렸다. 5500만원 이상으로 전기승용차를 팔고 있는 수입차들은 보조금 지급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확인되자 부랴부랴 가격을 낮추는 데 나섰다.

테슬라는 모델Y 가격을 지난 15일 5499만원으로 200만원 낮췄고, 폭스바겐은 ID.4 Pro 라이트 가격을 5690만원에서 5490만원으로 인하했다. 폴스타도 폴스타2 롱레인지 가격을 100만원 내린 5490만원으로 맞췄다. 보조금 전액을 받는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환경부가 총보조금에서 배터리 효율이 낮고 재활용이 어려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하면 보조금을 덜 주고 국산 하이니켈 배터리를 적용하면 더 주는 구조로 설계하면서 LFP 배터리를 주로 쓰는 수입차들은 보조금이 계속 깎일 수밖에 없다.

가격까지 낮춘 테슬라 모델Y는 이에 따라 지난해 514만원의 국비 보조금에서 올해엔 195만원으로 대폭 줄었고, 지자체 보조금도 이에 따라 더 감소할 예정이다. 서울시에서 테슬라 모델Y를 살 경우 총보조금은 250만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아우디 Q4 40의 국비 보조금은 196만원, BMW iX3 M은 205만원, 볼보 XC40 리차지 트윈은 192만원, 벤츠 EQB 300은 217만원으로 책정됐다. 대부분 200만원 안팎으로 보조금이 형성됐다.

독일 3사의 중·대형 전기승용차는 대부분 가격이 8500만원을 넘어 보조금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며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이에 판매 전략으로 각 회사가 자발적으로 가격 할인에 나서는지 확인하고 차량을 구매하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이 많다.

수입차 중에선 폭스바겐의 ID.4 Pro 국비 보조금이 가장 많았다. 국비 보조금만 492만원으로, 국산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457만원)보다 더 많다. 중국산 LFP 배터리가 아니라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하이니켈 배터리를 써서 보조금이 높아졌다.

지자체 보조금도 이에 따라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입 전기차를 원하는 소비자는 폭스바겐이나 살고 있는 거주지의 지자체에 정확한 보조금과 가격을 문의해본 뒤 구매하는 게 유리하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