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사직 대전성모병원 가보니…환자·보호자 뿔났다
기사 찾아보며 진료 차질 생길까 불안…병동 분위기 '냉랭'
대전 을지대병원·선병원도 집단 사직서 제출 동참
[현장] "시골에 의사 없는데 환자 볼모로 밥그릇 싸움하네"
"시골엔 의사가 없어. 그러니 환자들을 볼모로 밥그릇 싸움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이는겨"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 44명이 사직서를 낸 19일 오전 대전 중구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은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충북 영동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진료를 위해 이곳을 찾는다는 김모(62) 씨는 수납을 위해 기다리는 동안 휴대전화로 '전공의 파업'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김씨는 "내과·이비인후과 진료를 받고 싶어도 시골에는 전공의 병원을 찾기 힘들어서 대전까지 오는데, 정작 의사 면담은 5분 만에 끝난다"며 "시골 환자들은 의사 찾아 도시로 가는데 정작 의사들은 잇속만 챙기려고 환자들을 볼모로 밥그릇 싸움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병원을 20년 가까이 다니고 있다는 강모(82) 씨도 한숨을 내쉬며 정부의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씨는 "고령사회가 된 만큼 병원에 노인 환자들이 더 많이 찾을 수밖에 없고, 의사는 당연히 늘어야만 한다"면서 "예전에도 의사들이 파업한다고 하면 정부가 물러서는 바람에 힘을 너무 키워준 것 같다.

이번만큼은 정부에서 절대 물러서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장] "시골에 의사 없는데 환자 볼모로 밥그릇 싸움하네"
휠체어를 타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과 병원을 찾은 보호자들은 TV에서 뉴스를 시청하며 진료받지 못할까 봐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1년 전에 뇌경색을 앓고 이날 6개월 만에 외래 진료를 보러 온 주모(46) 씨는 전공의 파업으로 진료에 차질이 있을까 걱정했다고 한다.

그는 "전공의 파업 이야기를 듣고 (진료가 취소될까 봐) 걱정했는데, 일단 오늘은 진료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의사 수가 늘어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정부가 어떠한 대책도 없이 밀어붙이는 느낌이라서 의사들의 집단행동도 이해는 간다"고 말했다.

대전성모병원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시작해 이날 오전까지 병원 인턴 21명 전원과 레지던트 23명(전체 48명) 등이 사직서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이 병원의 하루 평균 수술은 40건인데 이날은 38건, 20일은 30건이 예정돼 있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 전산망을 통해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이 현재 근무 중인지 파악할 수 있는데, 이들이 사직서는 냈지만 근무는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이번 여파로 아직 환자들이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며 업무상 차질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부비동암과 침샘암으로 투병중인 남편을 휠체어에 태우고 온 보호자 김모(67) 씨는 이 병원 전문의가 사직서를 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장] "시골에 의사 없는데 환자 볼모로 밥그릇 싸움하네"
김씨는 "우리 아저씨(남편)는 월남전에 참전한 고엽제 환자로 계속 병원에 다녀야 한다"며 "의사들이 진료를 거부하면 우리처럼 치료가 계속 필요한 암 환자들은 어쩌라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남편의 마스크를 벗겨 암으로 부어 있는 왼쪽 볼을 보이며 "계속 피고름이 나고 있는데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이 이렇게까지 몸이 망가져서 지금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분통이 터진다"며 눈물을 흘렸다.

대전성모병원은 이번 사태가 정상화할 때까지 진료과별로 교수, 전문의의 연차휴가 사용을 자제하는 등 비상 운영체제를 가동할 계획이다.

대전을지대병원, 대전선병원 등 대전지역 대학병원 전공의들도 이날 집단 사직을 선언했다.

[현장] "시골에 의사 없는데 환자 볼모로 밥그릇 싸움하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