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외 부동산 관련 충당금 부담 정도에 따라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순위가 요동쳤다.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해외 부동산 펀드 등 부동산 부문의 투자 손실이 적었던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은 전년 대비 순위가 올랐다. 반면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야 했던 미래에셋증권은 순위가 5계단이나 떨어졌다.

삼성·NH, 상위권 ‘진입’

부동산에 요동…삼성·NH 웃고, 미래·키움 울고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가 지난해 벌어들인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총 4조871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의 4조8456억원에 비해 0.53% 감소했다. 메리츠증권이 881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가장 높은 실적을 냈다. 이어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이 각각 7411억원, 7257억원을 기록해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KB증권은 6802억원으로 4위, 한국투자증권은 6647억원으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키움증권(5647억원), 미래에셋증권(5110억원), 신한투자증권(2531억원), 대신증권(1840억원)이 뒤를 이었다. 하나증권은 10대 증권사 중 유일하게 334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늘어난 증권사는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5개 사다.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증가한 증권사는 KB증권이다. 전년 대비 177.6% 증가해 8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신한투자증권도 109.2%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75.5% 줄었다.

상위권에서는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의 약진이 돋보였다. 삼성증권은 2022년 4위에서 지난해 2위로, NH투자증권은 5위에서 3위로 순위가 올랐다. 부동산 관련 평가손실과 충당금 규모가 작았기 때문이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은 부동산 PF 등 일회성 손실이 1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른 경쟁사 대비 작은 규모고, 올해도 충당금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지 않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충당금 부담’ 미래에셋·키움, 순위↓

반면 2022년 2위였던 미래에셋증권과 3위였던 키움증권은 5000억원대 충당금을 쌓은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확 쪼그라들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은 자본 대비 해외투자 비중이 40%대로 업계 평균(20%)보다 높다 보니 해외 부동산 관련 우려도 상대적으로 크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은 전년에 이어 1위를 차지했지만 영업이익이 19.3% 줄었다. 전년에 단독으로 달성한 ‘영업이익 1조원’도 지난해는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부동산 부실 관련 충당금 부담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NICE신용평가는 국내 25개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관련 위험 노출도(익스포저)가 8조3000억원 규모(2023년 9월 말 기준)라고 분석했다. 이 중 4조6000억원의 해외 부동산펀드에 대해 40%(1조8000억원)가량 손실 인식을 했다. 윤재성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아직 손실 인식을 하지 않은 해외 부동산펀드 3조6000억원에 대해 올해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