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경, 5m 파도에 맞서 선원 11명 모두 구조…"기상 호전되면 선박 예인"

'S.O.S'
필사의 구조작전…집채만한 파도에 밧줄 매듭묶어 사다리 내려
15일 밤 9시 55분께 제주 서귀포항 남서쪽 61㎞ 해상을 항해 중이던 부산 선적 화물선 금양6호(1천959t·승선원 11명)로 급박한 조난신호가 해경에 날아들었다.

선박 내 초단파통신(VHF) 시스템을 통한 조난신호였다.

신호를 받은 해경은 즉시 해경 헬기와 5천t급 경비함정 5002함을 현장에 급파하는 한편, 상황 파악에 나섰다.

금양6호는 철재를 싣고 사고 당일 새벽 전남 광양항에서 출항해 중국으로 향하던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침수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 접수 1시간 30여 분 만인 오후 11시 27분께 짙은 어둠을 뚫고 현장에 도착한 해경 소속 중형헬기 '흰수리'가 확인한 결과 금양6호는 왼쪽으로 25도 이상 기울어진 채 침몰하고 있었다.

다행히 선장과 선원 11명(한국 2·미얀마 6· 인도네시아 3) 전원은 해경 지시에 따라 구명조끼를 입고 물에 잠기지 않은 선체 중 가장 높은 오른쪽 측면에 모여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필사의 구조작전…집채만한 파도에 밧줄 매듭묶어 사다리 내려
헬기에 타고 있던 해경 구조대는 인양용 줄(호이스트)을 아래로 내려 구조하는 방안을 강구했지만, 사고 해역에 바람이 초속 18∼20m로 강하게 불면서 자칫하다간 구조 과정에서 추가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컸다.

구조 방식을 고심하는 찰나 다행히 5002함이 발 빠르게 현장에 도착했다.

해경은 5002함 고속단정을 타고 화물선에 승선해 직접 선원을 구조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파도가 집채만 한 데다 선원이 모여있던 선체 오른쪽 측면 높이가 해수면에서부터 4m나 되면서 사실상 승선이 불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고 선박에 구비 중인 사다리는 배가 기울어진 왼쪽에 보관 중이었다.

금방이라도 배를 침몰시킬 것 같은 파도가 휘몰아쳤지만 포기란 없었다.

선원들은 극한의 두려움 속에서도 주변에 있던 밧줄에 듬성듬성 매듭을 묶어 '줄사다리'를 만들었다.

매듭을 발판 삼아 단정으로 내려가기 위해서였다.

해경은 경비함정을 최대한 사고 선박에 가까이 붙여 거센 파도를 최대한 막고 그사이 단정을 내렸다.

필사의 구조작전…집채만한 파도에 밧줄 매듭묶어 사다리 내려
당초 선원들이 있는 오른쪽 측면으로 구조를 계획했지만, 정면으로 바람이 부는 데다 침몰 위험으로 엔진을 끄지 못하는 금양6호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면서 해경은 측면이 아닌 배꼬리쪽으로 구조 방향을 틀었다.

오른쪽 측면에 있던 선원들도 서로를 의지하며 배꼬리 쪽으로 이동했다.

이어 직접 만든 '줄사다리'를 아래로 내려 침착하게 밧줄에 묶은 매듭을 밟고 단정으로 하나 둘씩 내려갔다.

다행히 구조된 11명 전원은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원들이 단정에서 다시 5002함으로 이동해서야 선원이나 구조에 나선 해경이나 어느 정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5002함이 서귀포시 화순항으로 입항한 뒤 탑승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구조에 나섰던 5002함 구조팀장 류규석 경사는 16일 "강한 바람에 높은 파도를 뚫고 구조 선박까지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며 "구조된 선장과 선원들이 좌절하지 않고 빠르게 '줄사다리'를 만들어 주고, 구조대원들이 온 힘을 내준 덕에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었다"고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해경에 따르면 금양6호는 현재 50도 이상 기울어진 채 사고 해역을 표류하고 있는 상태로 5002함은 다시 사고 해역에 나가 안전 관리를 하고 있다.

해경은 기상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선사 측과 협의해 사고 선박을 예인한 후 자세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필사의 구조작전…집채만한 파도에 밧줄 매듭묶어 사다리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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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