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6500만년 전 멸종한 공룡은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다. 아이들은 길고 어려운 공룡 이름을 줄줄이 외우고, 어른들은 영화 ‘쥬라기 공원’을 보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졸인다.

뮤지컬 ‘공룡이 살아있다’는 공룡에 대한 환상을 무대로 불러낸 국내 창작 뮤지컬이다. 2016년 초연한 이후 대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 등 해외 라이선스 투어를 마치고 한국에서 세 번째 무대에 올랐다.
용산 한복판에 공룡이?…뮤지컬 '공룡이 살아있다'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소장품들이 살아나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세계 최초로 티라노사우루스 모자 화석이 발견돼 이곳에 전시된다.

밀수꾼들이 화석을 몰래 팔아넘기기 위해 야밤에 아기 티라노 ‘타루’를 훔쳐 달아난다. 주인공들이 보름달 빛을 받고 깨어난 박물관 소장품들과 함께 타루를 찾아 나서면서 우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배운다.
용산 한복판에 공룡이?…뮤지컬 '공룡이 살아있다'
화려한 연출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박물관, 항구 등 무대가 대형 뮤지컬 못지않게 규모가 크고 다채롭다. 어미 티라노가 언덕을 올라 달빛 아래 울부짖는 장면은 영화 '쥬라기 공원' 속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위압감이 느껴진다. 박물관에서 깨어난 클레오파트라, 미라, 이순신 장군 등을 표현한 등장인물들의 의상도 완성도가 높고 실감 난다.

그중에서도 공룡 화석 오브제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단순히 배경에 놓인 소품이 아니라 사람이 조정해 움직이는 방식이라 생동감 있다. 고개를 들면서 공룡 소리를 내고, 밤에 살아날 때 눈에서 불이 켜지는 등 세심한 요소들도 챙겨 인상적이다. 이 공룡 화석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인사를 건네고, 그동안 관객들이 직접 만지고 구경할 수 있도록 해 어린이들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용산 한복판에 공룡이?…뮤지컬 '공룡이 살아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유머 요소도 돋보인다. 슬랩스틱 코미디, 우스꽝스러운 안무, 대사 속 말장난 등을 단순하지만 직관적인 유머로 아이들의 웃음을 끌어낸다. 아이들이 웃는 소리가 이어져 지켜보는 어른들도 미소가 지어진다.

어린 관객을 파악하는 센스가 강점인 뮤지컬이다. 공룡이라는 소재부터 이를 구연한 연출까지 어린 관객들이 눈길을 확실히 사로잡는다. 무대가 화려하고 다채로워 함께 보러 가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눈도 즐겁다. 공연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2월25일까지 열린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