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파견계약"…미지급 임금 15억여원 지급도 명령
법원 "HD현대건설기계, 사내하청 직원 27명 직고용해야"
HD현대건설기계가 사내 하청업체 직원 27명을 직접 고용하고 미지급 임금 15억여원을 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회일 부장판사)는 15일 하청업체 직원 A씨 등 27명이 HD현대건설기계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등 청구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HD현대건설기계에 "A씨 등이 자사 근로자임을 확인하거나 이들에게 직접 고용 의사표시를 하고 총 15억5천만여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HD현대건설기계 사내 하청업체에 입사해 2년 이상 근무해온 A씨 등은 "원·하청 업체가 맺은 도급계약은 근로자 파견계약이며, 파견법에 따라 HD현대건설기계와의 직접고용 관계가 성립됐다"라며 2021년 3월 소송을 냈다.

A씨 등은 HD현대건설기계가 다른 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과 자신들이 사내 하청업체에서 받은 임금의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HD현대건설기계 측은 A씨 등에게 업무에 관해 지휘·명령하지 않았고 이들의 업무가 자사 사업에 편입되지 않은 만큼 파견계약이 아니라고 맞섰다.

그러나 재판부는 "HD현대건설기계와 사내 협력업체 간 도급계약은 실질적으로 근로자 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라며 A씨 등의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HD현대건설기계는 사내 협력업체에 작업표준서와 제조공정도 등을 전달했고, 이는 하청업체 직원들의 작업 순서와 방식을 상세하게 규정했다"라며 "HD현대건설기계가 A씨 등에게 업무에 관해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을 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A씨 등과 HD현대건설기계 직원들의 공정 사이엔 밀접하고 유기적인 관련성이 있고, A씨 등은 HD현대건설기계 직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을 구성한다고 인식했다"라며 A씨 등이 HD현대건설기계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