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가 2심에서 미국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을 대신 풀어준 혐의를 무죄로 뒤집기 위해 담당 미국인 교수의 서면 답변서를 제출했지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13부(김우수 김진하 이인수 부장판사)는 A4용지 190쪽에 달하는 판결문을 통해 조 전 장관 등의 유죄 판단을 설명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 전 장관 측이 회심의 카드로 준비해 지난해 12월 제출한 미국 조지워싱턴대 제프리 맥도널드 교수의 답변서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지 못했다.
조 전 장관 부부는 2016년 아들이 다니던 조지워싱턴대의 온라인 시험을 대신 풀어준 혐의(업무방해)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이에 대해 시험을 주관한 맥도널드 교수는 "학문 부정행위가 범죄가 되려면 고도로 추악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며 "최종 성적의 4%에 해당하는 두 번의 퀴즈에 대한 부정행위가 형사 기소 됐다는 점이 믿기지 않는다"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2심은 그러나 미국에서는 대학교 수업에서의 단순한 부정행위를 범죄행위로 보지 않는다고 해서 조 전 장관 부부의 범행이 가벌성 있는 행위가 아니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형법은 내국인이 국내에서 범한 죄는 당연히 처벌하고, 외국에서 죄를 범했다면 피해자가 외국인인지 내국인인지, 외국에서 범죄가 되는 행위인지도 따지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맥도널드 교수가 '강의계획서 등에서 온라인 시험 응시 때 타인과 협업을 금지한다고 명시적으로 기재하지는 않았지만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구두로 해당 내용을 고지했을 것 같으며, 스터디 그룹을 형성해 시험 준비를 하더라도 시험은 스스로 볼 것으로 예상했다'고 답한 부분에 주목했다.
조 전 장관 부부는 이 시험이 다른 사람과 논의하고 함께 문제를 푸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된 성격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맥도널드 교수의 답변상 '협력 금지'라는 점을 사회통념상 이해할 수 있어 1심의 유죄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문제를 함께 풀면 맥도널드 교수의 업무를 방해한다는 점을 조 전 장관 부부가 충분히 인식할 수 있어 업무방해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 가족 단체대화방 메시지를 그 근거로 들었다.
정경심 전 교수가 가족 단체대화방에 남긴 '출석 절대 빠짐(빠지면) 안 돼. 퀴즈 5회 10%, 출석 10%'(4회 온라인 시험 직후), '정신 차리고 봐야 할 텐데…그런데 총점의 2%야'(5회 온라인 시험 직후) 등이 그 예다.
항소심 재판부는 351쪽에 달하는 1심 판결문보다 분량은 적지만, 각 혐의에 대해 '항소이유의 요지-원심의 판단-이 법원의 판단' 구조로 1심 판결 대부분을 수긍했다.
재판부는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와 관련해 1심 재판부가 유죄를 인정하며 사용한 '전례가 없던 처리방식'이라는 표현에 대해 "다소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당시 상황을 보면 그렇게 충분히 평가가 가능하다"고 했다.
1심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 지시에 따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감찰 결과 일부분은 해소가 안 돼 유재수(전 부산시 경제부시장)가 금융정책국장 자리를 계속 수행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한 점에 대해 "공식 통보가 아니었고 추상적 사유로 인사 조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통지가 이뤄져 전례가 없는 처리 방식"이라고 질타한 바 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이 당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장으로부터 조민씨에게 연속으로 장학금을 준 결정에 대한 주의를 받은 시점을 2017년 4월로 특정한 1심은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며 2017년 10월로 범죄사실을 수정했다.
조 전 장관과 검찰 양측이 2심 선고에 불복해 상고함에 따라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가려진다.
강원도와 경상북도, 충청북도 등에 때아닌 폭설이 쏟아진 3일 여객선과 항공기가 결항되고 비닐하우스와 축사 등이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다. 일부 학교에서는 개학이 미뤄졌다.3일 오후 11시 기준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대설 대처 상황 보고에 따르면 백령~인천, 녹동~제주 등 57개 항로에서 여객선 76척이 운항하지 않았다. 항공기도 출발 기준으로 김포공항 4편, 제주공항 5편, 김해국제공항 2편 등 총 15편이 취소됐다.특히 강원도 내 학교 15곳에서는 개학 날짜가 당초 4일에서 5일로 하루 연기되거나 등교 시간이 조정되는 일이 잇따랐다.도로는 경북 6곳, 강원 3곳 등에서 총 10개소가 통제됐다. 설악산과 태백산 등 국립공원 13곳의 226개 구간 등도 폐쇄됐다.시설 피해는 11건 발생했다. 비닐하우스 7개, 인삼재배시설 3곳, 축사 1건 등이 피해를 입었다.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폭설 등 기상 상황에 따라 7개 시·도에서 총 5742명의 공무원 등이 비상 근무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소방 당국에 따르면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차량 고립으로 인한 구조 4건 등 총 131번의 소방 작업이 있었다.이날 중대본은 현재 전남·경남·제주 등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약한 비가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4일에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강원·충청·전라·경상권에 눈과 비가 내리기 시작해 오후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앞서 행안부는 이날 오전 2시부터 중대본 1단계를 가동하고 대설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단계로 올렸다.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충남 서천에서 30대 남성이 처음 보는 여성을 살해한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최근 돈을 잃고 스트레스받았다는 이유로 범행했다.3일 서천경찰서는 일면식이 없는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30대 남성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새벽께 서천군 사곡리의 인도를 배회하다 40대 여성 B씨를 마주치자 소지하고 있던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B씨는 이날 오전 3시 45분께 이 인도 부근 공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앞서 경찰은 전날 오후 11시 56분께 '운동을 나간 뒤 밤늦도록 집에 오지 않는다'는 B씨 가족의 112 실종신고를 접수하고 수색에 나선 상태였다.B씨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서천읍내 중심부와 멀지 않았지만, 부근에 방범용 폐쇄회로(CC)TV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주변 상가 CCTV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특정하고, 이동 동선 등을 추적해 이날 아침 A씨를 긴급체포했다.경찰 조사 결과, A씨는 B씨와 전혀 안면이 없는 상태에서 이른바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A씨는 범행을 시인하며 "최근 사기를 당해 돈을 잃었다. 너무 큰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세상이 나를 돕지 않는 것 같아 힘들었다"면서 "그래서 흉기를 들고 거리로 나왔고 B씨를 보자마자 찔러서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경찰은 A씨가 흉기를 소지한 채 거리를 배회한 점, 범행 대상을 물색했던 점 등을 토대로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또 A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도 검토하고 있다.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지난 5년간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자연 감소'가 이어지면서 한국 인구는 총 45만6000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 자연 감소 규모는 12만명이다.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8000명 증가했지만, 사망자가 35만8000명에 달하면서 전체 인구가 줄었다.인구 자연 감소 규모는 2020년 3만3000명을 시작으로 2021년 5만7000명, 2022년 12만4000명, 2023년 12만2000명,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2만 명대를 유지했다.5년간 감소한 인구는 총 45만6000명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기준 주민등록상 우리나라 인구(5121만 7000명)의 약 0.9%에 해당한다.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중위 추계 기준 2022년 5167만명에서 2030년 5131만명으로 감소한 뒤 2072년에는 3622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